경기를 끝내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정민철의 얼굴은 매우 밝아 보였다. 동료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던 정민철에게 요미우리의 나가시마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힘차게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이 순간 정민철의 뇌리에는 지난 10개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을 것이다. 요미우리 한국인 삼총사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으며 2군에 머물렀던 시절.
마음고생이 심했던 정민철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고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날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결국 하늘이 그 마음에 감동했던 것인지 올 시즌 1군으로 복귀한 정민철은 지난달 27일 한신과의 경기에 선발로 첫 출장하며 7이닝 3실점의 호투를 했고 3일 주니치와의 경기에서는 한층 여유있는 투구로 완투승을 거두었다.
300여일만에 승리투수가 된 정민철은 이날 경기의 최고수훈선수로 뽑힌데다가 일본 보도진들의 대대적인 취재공세를 받아 두 배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한국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할 때에도 최동원, 선동렬로 이어지는 최고 투수 자리를 이어갈 선수로 평가받았던 정민철.
일본 프로야구 진출 이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정민철은 고통이 없이는 얻는게 없다는 말을 자신의 신념으로 알고 한 발짝 물러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10여개월 만에 돌아온 정민철의 모습은 전과는 달랐다. 나가시마 감독과의 불화설과 다른 구단으로의 트레이드설 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운드에 우뚝 선 그에게는 어떤 장애도 보이지 않았다.
승리에 대한 소감에 대해 그저 담담하다는 그는 승리의 공도 팀 동료들에게 있다고 말하는 성숙함까지 보여주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정민철의 답이 걸작이다.
"욕심 없다. 그냥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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