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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동양에 의해 날조된 서양' 억압,해방의 이중담론

입력 | 2001-05-04 19:03:00


옥시덴탈리즘

샤오메이 천 지음 정진배·김정아 옮김

296쪽 1만2000원 강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자신의 저서인 ‘오리엔탈리즘’(1978)에서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에 의해 구성되고 날조된 동양 담론’이며 이는 서양의 세계 지배를 위한 전략의 한 형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성’과 ‘날조’는 서양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 출신으로 현재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중국문학·비교문학)인 저자는 중국에서 ‘날조’된 서양에 대한 담론이 있다며 이를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라고 지칭한다. 중국 사회의 다양하고 경쟁적인 집단들이 중국 내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되고 날조된 서양’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사이드 교수가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해 열등하고 비천하다는 특성을 부여했던 과정을 파헤쳤듯, 천 교수는 중국에서 옥시덴탈리즘이 어떻게 만들어져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고 들었다.

천 교수에 따르면 옥시덴탈리즘은 ‘중국인들이 외적으로는 서양에 대한 우위를 확보하고 내적으로는 중국적 자아를 교화시키며 궁극적으로 중국 자체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 낸 ‘관변(官邊) 담론’이다.

그러나 이는 또 한편으로 중국이라는 전체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억압에 대해 내부적으로 저항하는 일종의 정치적 해방을 상징하는 것으로 서양을 이용하는 ‘반(反)관변 담론’이기도 하다. 옥시덴탈리즘은 억압의 담론인 동시에 해방의 담론이라는 것이다.

천 교수는 중국 TV의 다큐멘터리 ‘하상(河傷)’ 관련 논쟁, 셰익스피어 연극과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오싱 젠의 연극, 중국 베스트셀러 소설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중국 옥시덴탈리즘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서구와 맞서는 중국 오리엔탈리즘 사이사이에 서양의 문화와 이론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저자의 장점은 압도적인 서양의 문화적 제국주의와 이를 수용하는 동양의 문화적 식민지화라는 도식적 틀을 넘어, 각 지역의 주체들이 각자의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타자를 자의적으로 설정하며 상호 작용하는 관계로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담론의 생산과 소비의 과정을 정확히 이해할 때, 이런 담론들이 세계의 한편에서는 억압의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해방의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