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전당에서 ‘밥그릇’이 되지 않는다고 철학과를 없애면 됩니까.”
“경쟁력 없는 학과는 당연히 폐과돼야 합니다.”
대학시절 한 여름에도 버버리 차림에 장발머리로 소크라테스를 운운했던 철학도가 캠퍼스에서 퇴출될 위기다.
충남 천안의 호서대(총장 정근모·鄭根模)는 재학생들의 지원이 저조한 인문학부 철학과를 내년부터 없애기로 하고 10일 교육부에 폐과안을 내기로 했다.
국내 대학에서 철학과의 일부 강좌가 폐강되거나 ‘심리철학과’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는 예는 있었지만 과 자체를 없애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
호서대측는 “이번 조치는 학생들의 선호도 하락,미충원 전공에 대한 강제배정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교수 5명은 유사학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측의 이같은 결정배경에는 학부제 실시이후 인문학부(철학과 국문과 영문과 중문과)에서 1학년을 마친뒤 전공 결정시 철학과(정원 30명)를 지원한 학생이 매년 1∼2명에 불과한데 따른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철학도와 동문 교수들의 반발은 거세다.
학생들은 2일 열린 공청회에서 “종합대를 만들기 위해 학과 증설에 열을 올리더니 이제와서 ‘장사’가 안되는 학과는 없어져야 한다는게 과연 순수한 접근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학 철학과 김국태(金國泰·49)교수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만든 멀티미디어와 컴퓨터 등도 그 뿌리를 파헤쳐보면 철학 등 기초학문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단순한 경쟁논리를 순수학문에 적용하는 잘못된 추세는 타 대학 타 학문에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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