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전업주부가 된 30대 초반의 K씨. 아직은 아이들을 떼 놓고 혼자 외출하면 20대 못지않은 외모로 ‘처녀 취급’ 받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K씨가 결혼 후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아줌마’라는 호칭.
동네 시장이나 슈퍼에서 자신을 ‘아줌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으면 ‘맞는 말’임에도 괜히 하루종일 기분이 상한다.
얼마 전 백화점에 들렀다가 겪은 일은 K씨를 모처럼 흐뭇하게 했다.
백화점 입구에 좌판을 설치해 놓고 있던 한 신용카드회사 여자 영업사원이 K씨에게 다가왔다.
“여성들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가는 여성전용카드 하나 만드세요.”
잠시 귀가 솔깃해진 K씨. 결국 그 영업사원에게 설득 당해 신청서를 작성하다 잠시 망설였다.
“직업란에는 뭐라고 써야 하죠?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하고 있는데요. 전에 다니던 직장이라도 쓸까요?”
“아니오. 전혀 걱정 마세요. 주부들은 ‘프리랜서’난에 체크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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