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장총량제 적용에 따른 기업인들의 불만은 경기도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하소연은 불만을 넘어 이제 생존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과연 수도권 집중이 문제인가, 아니면 규제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문제인가.
▽손발이 묶인 기업들〓경기 화성시에서 철제 전기용품을 생산하는 A사의 구매부장 김모씨는 요즘 극심한 가뭄 속에서도 비가 올까봐 밤잠을 설친다. 원부자재와 완제품을 쌓아 놓을 창고가 없어 공장 한 쪽에 임시 비닐 천막으로 야적해 놓았는데 비가 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
그는 “공장 500평 짓고도 남은 땅이 1500평이나 되는데 조그만 창고 하나 짓지 못하고 있다”며 발을 굴렀다.
벤처기업인 B반도체의 이모사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업체와 외자유치계약을 목전에 두고 포기해야 했다. 그는 “계약을 성사시키려면 공장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데 담당 공무원이 건축 허가 물량이 동났으니 기다리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하기에 포기했다”며 허탈해 했다.
기존 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공장을 하나 새로 지으려던 경기 여주군 K사는 낭패를 겪고 있다. 지난해 공장 설립인가를 받고 연초 3400㎡ 규모의 제조시설 건축허가원을 냈지만 경기도에 배정된 공장 총량이 바닥나면서 허가가 무한정 늦춰지고 있기 때문. 이에 따른 이 회사의 피해액은 금융 비용 등을 포함해 200억원선.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돈을 주고 공공근로까지 하면서 내 돈을 들여 공장을 짓고 일자리 만들려는 민간 기업은 발을 묶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올 들어 경기도내 기업체 중 이같은 고통을 호소하는 곳만 무려 1400여 업체, 면적으로는 120만㎡에 이른다.
경기도 건축사회 한명수(韓明洙)회장은 “기업이 공장을 짓기 위해 정부로부터 ‘배급’을 받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지는 현실에서 어떻게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기업인은 “그동안 경기도 기업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아왔다”며 “관련법 개정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꿀 수 있나〓경기도와 경기 지역 재계 인사들은 공장총량제가 ‘산업 집중 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살리지 못하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자동화로 종업원 수가 줄고 있으므로 공장을 늘린다고 인구가 늘어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방비석(方飛錫) 경기도 경제투자관리실장은 “공업 배치법에 공장 용지가 정해져 있고 관련법에 의한 협의 절차를 거쳐 공장 설립 승인이 나왔는데도 최종 건축허가 과정에서 다시 제동을 거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총량제의 폐지가 어렵다면 △산업단지(계획입지) 총량 제외 △소규모 건축물의 증개축과 용도 변경 허용 △가설건축물은 총량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이 걸림돌〓건설교통부는 수도권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총량으로 규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 과밀 억제라는 정부 지침과 맞지 않다는 점을 들어 경기도 요구안 수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임성안(林成安) 건교부 수도권계획과장은 “공장총량제 개선을 위해 최근 조사한 결과 업무 시설과 공장 시설이 인구 유발 시설 1, 2위를 차지한 만큼 경기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도권의 공장총량제가 완화되면 다른 지방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역류하고, 이에 따라 가뜩이나 침체한 지방 경제가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한 지방 시도와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도권 패트롤팀▽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경제부) 송진흡 jinhup@donga.com 남경현 bibulus@donga.com 이동영기자 argus@donga.com(이상 이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