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부를 많이 하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 고교 1년생 K군(17)은 공부 방법을 묻자 “설명을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진도는 빨라 문제지를 여러 개 끝냈어요”라고 말했다. K군은 간단한 문제에 50점도 안 되는 낙제점을 받을 정도였다.
문제지를 많이 푸는 것이 수학공부의 지름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부모들도 학원이나 과외 교사가 문제지를 여러 권 끝내면 잘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계룡산에서 탁구로 도를 닦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국가 대표 유모 선수와 겨뤄 이기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유선수와 겨루지 못하고 대표팀 막내와 시합한 결과 21―0, 21―0, 21―1점으로 참패. 마지막 세트 1점은 동정 점수. 이 ‘도인’은 열심히 했을지는 몰라도 훈련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다.
수학도 집을 짓는 것처럼 기초를 다지고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올바른 순서에 따라 공부해야 효과가 있다. 건물의 한쪽 면을 기초부터 지붕까지 다 짓고 다른 쪽 면을 똑같이 지어 연결해 집을 짓는 경우란 없다.
수 식 함수 도형 등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반복 등장한다. 또 한 학년의 내용도 앞의 단원을 알아야 다음 단원을 공부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이 같은 교과과정에 적합한 공부법이 ‘나선형 계단식 학습법’이다.
먼저 숲 전체를 보는 것처럼 쉬운 교재로 중요한 용어나 정의, 성질 및 기본 문제를 공부한다. 내용을 충분히 익힌 뒤 좀더 수준 높은 교재로 문제의 종류나 풀이법에 주의하면서 복습과 시험을 통한 확인과정을 되풀이하며 공부한다. 점점 원을 크게 그리면서 수준을 높여 공부하면 수학이 쉽게 느껴지고 공부량도 훨씬 줄어든다. 중도에 포기할 위험도 줄어든다.
K군은 첫 단계로 교재를 참고서에서 교과서로 바꿨다. 교과서만큼 쉽고 잘 정리된 책이 없기 때문. 교과서의 중요 개념을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까지, 기본 문제를 풀이를 보지 않고 풀 수 있을 정도까지 한 학기 분량을 공부했다. 중학교 과정과 연관된 내용을 모르면 중학교 과정을 복습했다.
한달 가량 지난 뒤 참고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교과서보다 문제가 많고 내용이 어려워 공부한 내용을 공책에 정리하면서 반드시 복습했다. 주기적으로 시험을 치러 배운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K군은 “이게 이래서 이렇게 되는 거네요. 이전엔 그렇게 봐도 모르겠더니…”라고 말했다. K군은 이제 수학시간을 기다리는 학생이 되었다. K군은 나선형 계단식 방법으로 공부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상위권에 진입했다.
한창수(‘수학공부 절대로 많이 하지마라’ 저자)www.ksma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