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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린우호는 과거사 반성부터…" 獨 1차대전 만행 사과

입력 | 2001-05-07 18:31:00


《독일이 오래 전 벨기에인들에게 행했던 잔학행위를 사과했고 한 영국인은 조상이 약탈한 독일가문의 물건들을 그 후손에게 되돌려줬다. 국가간의 선린우호 관계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獨 1차대전 만행 87년만에 사과▼

“이 도시에서 행해진 독일군의 범죄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독일군이 제1차 세계대전 초 프랑스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벨기에의 작은 도시 디낭에서 저지른 잔학행위에 대한 독일 당국의 사과가 87년 만에 이뤄졌다고 AP통신이 6일 보도했다.

발터 콜보브 독일 국방차관은 이날 앙드레 플라오 벨기에 국방장관과 벨기에 주재 독일 및 프랑스 대사,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낭에서 열린 양국 화해행사에서 독일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독일군은 1914년 8월 브뤼셀에서 남동쪽으로 80㎞ 떨어진 이 도시에 진격해 들어갔을 때 시민군이 저항하자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674명을 학살하고 건물 750채를 파괴했다.

디낭 시민의 희생으로 시간을 번 프랑스는 마르노 강에 최후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독일군의 서부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독일군이 1차 대전에서 패배하는 데 한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됐다. 디낭시는 이 사건에 항의해 이후 어떤 행사에서든 독일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으나 이날 행사장에는 처음으로 독일기를 게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벨기에 정부와 디낭시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독일기 게양을 거부한 채 행사에 불참해 아직 앙금이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줬다.리샤르 푸노 디낭 시장은 텅 빈 객석을 바라보며 “이제 화해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이런 노력이 유럽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tern100@donga.com

▼英 사병 외손자 약탈 은제품 반환▼

“나의 외할아버지는 독일 사람을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두 세대가 지났고 우리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당신 가문의 소중한 유산들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 독일에서 1만5000파운드(약 2800만원) 상당의 은제품을 약탈한 한 영국군 사병의 외손자가 56년 만에 원주인을 찾아내 물건들을 돌려줬다고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지가 5일 보도했다.

존 스텁(42)의 외할아버지 루이스 볼러드는 1945년 6월 영국 포병대 제32 야전연대 소속으로 독일 니더작센주 올데르샤우센성(城)을 점령했을 때 접시 커피포트 설탕그릇 등 은제품 100여점을 약탈해 집으로 가져온 뒤 다락방에 숨겨놓았다.

1982년 볼러드씨가 사망하면서 이를 물려받은 딸은 지난해 아버지가 약탈한 물건들을 원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했고, 결국 아들 스텁씨가 인터넷을 이용해 주인을 찾아낸 것.

난데없이 가문의 유산을 되돌려받게 된 올데르샤우센가(家)의 바론 루돌프 올데르샤우센은 “아무 대가 없이 우리 가문의 유산을 돌려준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면서 “스텁씨 가문의 태도에 깊이 감동했다”고 밝혔다.

올데르샤우센씨의 부인은 “물건들은 아주 잘 보존돼 있었다”면서 “우리의 조상들은 한때 적이었지만 그 자손들은 이제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4일 니더작센주를 방문해 물건을 돌려준 스텁씨 부부는 올데르샤우센씨 부부의 초청으로 독일 베를린과 함부르크를 함께 여행중이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