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9일 한국을 방문하는 리처드 아미티지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행보에 정부 관계자들은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아미티지 부장관이 국무부 내 온건파로 알려진데다 켈리 차관보도 지난달 말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북정책 검토결과가 북―미 제네바 합의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가 처음보다 상당히 부드러워진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또 2일부터 4일까지 남북한을 연쇄 방문한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 등 유럽연합(EU) 대표단의 남북 화해협력 지지 입장도 이들의 방한에 일정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다.
아미티지 부장관 일행의 표면적인 방한 목적은 부시 대통령이 밝힌 미사일방어(MD) 구상에 대한 미측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것. 그러나 이들이 사실상 한반도정책의 전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조율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7일 “이들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외교안보팀을 모두 만난다는 점에서 우리 입장이 미국에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난 뒤 북―미간에 조속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가 강조하는 ‘철저한 대북 검증’도 일단 북―미간에 대화가 이뤄지면 논의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특히 북한 미사일문제와 관련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페르손 총리에게 밝힌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와 ‘미사일 수출 계속’ 발언에 대해 아미티지 부장관 일행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한 당국자는 “미국도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일본 밀입국과 추방사태 등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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