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왕에 피자 한판!
매달 한반에 3명 선정…"효과 만점"
서울 돈암초등학교 6학년 7반 전다나양(12)은 7일 학교에서 지난 한달 동안 책을 가장 많이 읽은 ‘독서왕’ 중 한 명으로 뽑혔다. 부상은 학교 옆 피자집에서 1만4900원짜리 레귤러 피자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 한 장. 전양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포함해 ‘바보 이반’ ‘허생전’ 등 30여권을 읽었다. 오후 수업이 없는 수요일과 주말마다 친구 이현정양과 어린이 도서관을 찾은 덕분이다. 이양도 ‘해리포터 시리즈’ ‘홍당무’ ‘사과도둑 일라일라’ 등을 읽어 독서왕이 됐다.
피자 때문에 책을 읽는 건 아니에요. 모르는 걸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재미있어 읽는 거죠. 피자 쿠폰을 받아 온 가족이 피자를 먹으러 갈 땐 기분이 좋아요. 아빠가 ‘딸 덕에 맛있는 피자를…’하고 칭찬해 주시거든요.”
돈암초교는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피자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1∼6학년 43개 학급 담임교사들은 매월 학생들의 독후감을 토대로 3명씩 129명의 독서왕을 뽑는다. 독서왕들은 피자집에 가서 학사모와 가운을 입고 팡파르 세례를 받는다.
한번 독서왕으로 뽑히면 다음달 선정에서는 제외된다. 지금까지 1500여명이 독서왕으로 뽑혀 2000여만원 어치의 피자를 부상으로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유종슬교사(58)가 발로 뛴 노력의 결실이다. 평소 독서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유교사는 미국에서 피자 독서 프로그램이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후원자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학교 근처의 불고기집 피자집 제과점 문구점 등을 돌며 취지를 설명한 끝에 ‘피자샘’ 사장 김영옥씨로부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심정으로 돕겠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지난해 소년동아일보가 주최한 24회 전국 초등학생 독서감상문 및 작문 대모집에서 최다 응모학교로 뽑혔고 한 학생은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각종 대회에서 많은 수상자를 냈다.
지난해 말 유교사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5.7%가 ‘전보다 독서에 관심이 깊어졌다’고 답했고 42.3%는 ‘도서 구입량이 전보다 늘었다’고 했다.
유교사는 “아이들의 심성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안타까워 정서 순화를 위해 책을 많이 읽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인근의 삼선초등학교까지 합류했다.
미국에서 ‘독서 피자점’은 날로 번창한다. 피자집들은 쿠폰과 독서카드를 학교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담임 교사는 학생이 독서카드에 읽은 책을 적어 부모에게서 확인 사인을 받아오면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어린이에게 쿠폰을 준다.
피자체인점 피자헛은 ‘피자를 예약하라(Book It!)’는 프로그램을 17년째 실시하고 있다. 업체로서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을 상대로 매상도 올릴 수 있기 때문.
또 민간단체가 한 권 읽을 때마다 2, 3달러를 주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독서 권장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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