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모 대학에서 ‘사회학개론’을 강의하는 강사 C씨(29)는 교육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학생들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제출 날짜에 맞춰 C씨의 책상 위에 학생들의 보고서가 가득 쌓였다.
보고서를 한편씩 차례로 읽어 내려가던 C씨는 갑자기 무릎을 탁 쳤다.
“음, 그래 이거야.”
마치 C씨의 생각을 미리 읽고 쓴 듯한 글이 눈에 띄었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였다.
“그렇지. 이 문제는 이렇게 접근해야 돼.”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학생의 글을 보자 C씨는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을 느꼈다.
보고서를 중간쯤 읽어 내려가던 C씨의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C씨는 더 이상 보고서를 읽을 필요가 없었다. 주저하지 않고 이 학생의 보고서에 점수를 주고 이렇게 설명을 달았다.
“‘F’. 다음부터 강의를 듣기 전에 강사 이름을 반드시 확인할 것.”
학생이 제출한 보고서는 얼마 전 C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었다.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