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명이 1주일에 1만여점을 심사합니다. 잠잘 시간, 밥먹을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고문’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BBDO동방의 최홍경 상무(43·사진). 그는 최근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2001 칸 국제광고제’의 인쇄&포스터 부문 심사위원으로 선정됐다. 최상무는 87년 오리콤에 입사한 이후 광고계에서만 15년간 종사해 온 베테랑. 그는 ‘광고도 마케팅이다’는 신념으로 미국 뉴 햄프셔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 뒤 다시 광고&PR학을 전공한 ‘학구파’다.
최상무는 국내 인쇄매체 광고가 요사이 해외 광고제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진 못하는 것에 대해 ‘문화적인 차이’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인쇄광고는 첫눈에 이미지가 뇌리를 파고들도록 임팩트를 중시합니다. 카피나 문자의 디자인도 상당히 도발적이죠. 다양한 인종, 문화적 배경을 가직 고객을 상대로 하니 당연히 ‘튀는’ 디자인과 아이디어과 발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단일민족인 한국이나 일본의 광고는 카피에 비중을 두고 있다. 메시지를 ‘설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여러번 봐도 덜 식상하고 의미를 곱씹을 수 있다는 것은 장점.
“장기적인 광고 캠페인에선 서구의 광고보다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국제광고제 수상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강렬한 시각처리 같은 장점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광고는 일단 시선을 끌고 봐야 하니까요.”
최상무는 광고를 “예술과 비즈니스가 결합된 장르”라고 말한다. 결국엔 상품을 파는 것이 목표인지라 너무 예술성에만 치우칠 수 없다는 것. 반면에 비즈니스 측면만 강조하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두 극단 사이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이 광고라는 말이다.
그는 다음달 13일 프랑스 휴양지 칸으로 출국한다. 그곳에서 세계 각국의 심사위원 20여명과 함께 휴양이 아닌 ‘산더미같은’심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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