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작 '불의 전차'의 한장면
독일의 외무장관 요시카 피셔가 달리기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일이다. 작년 가을 방한했던 그는 바쁜 일정에도 하루에 10km 이상을 꾸준히 달려 화제가 됐다.
그는 말한다. “나에게 있어 달리기는 일종의 명상이다”라고.
달리기. 그것은 시간과 속도에 반비례하는 육체 에너지의 끝없는 소진을 근본으로 한다. 가장 원시적이다. 100m에서 마라톤까지 종목도 다양하고 그에 따른 쾌감의 질도 다르다.
우리는 아주 단순한 달리기를 통해 찰나의 짜릿한 흥분과 인간 승리의 고결한 성찰까지 얻는다.
체코의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느림’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위임하고 나자 모든 게 변한다. 기계의 속도에 육체를 의탁한 뒤로 우리는 육체와의 긴장된 대화를 상실하고 그것이 주는 존재론적 즐거움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달리기의 역설적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테면 휴 허드슨 감독의 1981년도 작품 ‘불의 전차’가 좋은 예다. 이 영화는 달리기의 미학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담아낸 걸작이다.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에릭 리델과 해럴드 에이브러험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미덕은 감독이 그 어떤 잔재주도 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은 단순하고 우직한 정공법으로 달리기의 아름다움을 진지하게 묘사한다.
인종적 편견과 좌절을 극복해나가는 두 주인공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그리스 출신의 거장 반젤리스의 영화 음악에 공감하면서 달리기가 에너지의 소모나 낭비가 아니라 고결한 자기 확인의 엄숙한 명상이라는 피셔의 말을 절실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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