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씨네리뷰]28년전의 그 공포 부활

입력 | 2001-05-07 18:46:00


1973년 공포영화 ‘엑소시스트(The Exorcist)’가 개봉됐을 때 이 영화가 벌어들인 흥해수입은 1억6500만 달러. 28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 기록을 깨뜨린 공포영화는 없다.

당시 개봉판에서 삭제된 12분 분량의 장면과 음향을 복원한 ‘엑소시스트:디렉터스 컷’이 19일 국내에 개봉된다. 이 영화는 지난해 9월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2주간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미국 조지타운에 사는 유명 여배우 크리스(엘렌 버스틴)의 딸 리건(린다 블레어)에게 현대 의학으로 규명할 수 없는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병원을 전전하던 크리스는 결국 카톨릭 사제의 도움을 받아 악령을 쫓는 제의인 엑소시즘을 하기로 결정하고, 메린 신부(막스 폰 시도우)와 카라스 신부(제이슨 밀러)는 악령과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프렌치 커넥션’의 윌리엄 프레드킨 감독은 영화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나도록 무서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 ‘엑소시스트’에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점진적으로 상승시키다 충격을 던지는 데에 성공했다.

끔찍한 분장과 특수효과로 시각화해낸 초자연적 악령은 28년이 지난 지금도 보는 이를 오싹하게 만든다. 악령에 지배당한 소녀 리건의 몸이 뒤로 휘어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과 십자가로 자위하는 장면 등 새롭게 추가된 장면들이 던지는 충격파도 크다.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악령의 희생자가 어린 소녀라는 것. 악령에 사로잡혀 무섭게 돌변하는 리건의 처지가 너무 끔찍한 탓에 리건 역을 맡은 소녀 배우 린다 블레어가 학대당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한동안 들끓을 정도였다. 블레어의 악령 연기는 특수효과와 더빙에 의한 것이지만, 그가 15세 때 임신하고 마약복용혐의로 3년간의 집행유예를 받는 등 그 뒤로 험난하게 살았다는 것도 왠지 영화가 내린 저주같은 인상을 준다.

선과 악의 대결을 소재로 했지만 이 영화가 정말 무서운 이유는 악령이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잠재된 죄의식을 건드리고 그들의 삶을 지배한다는 점. 소녀의 몸을 빌어 나타난 악령은 신을 조롱하고,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신부의 죄책감을 들추어 내며, 리건의 어머니인 크리스의 성적 방종을 참혹한 방식으로 비난하고 처벌한다.

거꾸로 말하면, 죄의식과 자기 안의 악마에 시달리는 인간들은 자기 앞에 분신처럼 나타난 악령의 존재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 결국 ‘엑소시스트’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정상’에서 벗어난 ‘비정상’을 처벌하고,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는 공포영화 장르 특유의 보수주의에 무섭도록 충실한 영화다. 18세이상 관람가.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