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때리는 영화"라는 홍보문구를 단 방성웅 감독의 데뷔작 이 7일 첫 시사회를 갖고 '골 때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골(Goal) 때린다"는 표현대로 이 영화는 아주 웃긴 코미디이자 동시에 '골을 차는' 축구영화다. UN 인권위원회에서 날아온 팩스 한 장으로 한 교도소가 축구 열기에 휩싸인다는 이야기. 팩스에 담긴 내용은 다름 아닌 "제1회 세계 교도소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이다.
한국 대표 선발전에 나서게 된 원주 교도소 축구팀 부원들은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하다. 툭하면 교도소 굴뚝에 올라가 바른 말하기 좋아하는 굴뚝(전철우),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없이 탈옥을 일삼는 탈출(채태석), 질문하기 좋아하는 일명 질문(조재현), 사형을 눈앞에 둔 빵장(정진영), 종교단체 전문털이범 종교(송영탁), 나이에 비해 정력이 왕성한 꼰대(김일우) 등. 각각 슬픈 사연을 안고 있는 이 오합지졸들은 처음 잘 융합되지 못하다가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감독(황인성)의 혹독한 훈련을 받고 멋진 축구팀으로 거듭난다.
티벳 승려들의 축구열기를 담은 과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스모 영화 를 뒤섞어 놓은 것 같은 이 영화는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버무려진 유쾌한 코미디. 이 영화를 연출한 방성웅 감독에게 영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주인공이 많은 영화라 촬영중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의 주인공은 총 18명이다. 그러니 한 두 명의 주인공이 호흡을 맞추는 여타 영화들에 비해 애로사항이 많았다. 일단 스케줄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난 배우들에게 히틀러보다 더 못되게 굴었다. 배우들이 "지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나중에 사운드를 보완할 생각인가?
-아니, 벌써 후반작업을 3개월이나 했다. 사운드는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대사를 정확히 전달하려면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5시간으로도 모자란다. 건방진 소린지 모르지만 난 관객들에게 웃을 여유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 웃으려 하는 순간 다음 장면으로 빨리 넘어가는, 숨가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배우들에게 누차 당부했던 말이 자기 연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배우 각자가 자기 연기를 하려고 들면 이 영화는 망가져 버린다. 난 18명의 주인공들이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보여주길 바랬고 이 점은 어느 정도 잘 이루어진 것 같다.
이 영화에 묘사된 캐릭터 중 실존 인물도 꽤 많다고 들었는데.
-축구팀 감독(황인성)은 없는 캐릭터를 일부러 만들어낸 것이고 축구 부원 15명 중 절반 이상은 실존 캐릭터다. 백인 혼혈아로 나온 인물은 원래 흑인 혼혈이었는데 내가 임의대로 바꿨다.
배우들의 운동실력은 어땠나?
-솔직히 운동 잘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특히 조재현 씨는 완전히 '개 발(?)'이다. 황인성 씨가 운동을 잘하는 편인데 극중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에 탁월한 운동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배우들의 노출 신이 많던데 힘들지 않았나?
-별로. 조재현 씨가 가장 흔쾌히 벗었다. 나이 많은 김일우 씨가 의외로 튼튼하고 몸도 좋아 놀랬다.
황희연benot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