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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사람들]'교통안전 지킴이'   장기양씨

입력 | 2001-05-07 19:41:00


서울 서대문우체국에 근무하는 장기양(張基楊·44)씨는 ‘교통문제 해결사’로 불린다.

신호체계가 불합리해 교통 정체가 빚어지는 곳은 지체없이 관계 당국에 민원을 제기해 미비점을 보완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통계와 현장사진 등의 근거 자료까지 대며 시설 보완을 주장하기 때문에 구청이나 시청, 경찰에서도 장씨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쓴다.

“조금만 손을 봐도 교통 흐름이 좋아지고 사고를 예방할 여지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대도 일선 행정 관청에서는 민원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장씨가 제기한 민원이 빛을 본 대표적인 사례는 95년 2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우정스포츠센터 앞 횡단보도에 신호등을 설치한 것.

서대문구청에서 연희로터리 방향으로 80m 떨어져 있는 이 횡단보도는 보행자용 신호등만 있고 차량용 신호등이 없어 로터리에 있는 신호등만 보고 달리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장씨는 출퇴근길에 자주 다니는 이 횡단보도에 차량용 신호등만 세우면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서울지방경찰청 교통관리과에 차량용 신호등 설치를 건의하는 민원 서류를 현장사진 6장과 함께 접수시켰다.

결과는 5일만에 나왔다. 장씨의 민원을 접수한 경찰측은 현장 실사를 통해 신호등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신호등 설치에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경찰이 그렇게 빨리 대응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일선 기관들이 각종 제도나 정책을 개선하려고 해도 실정을 잘 몰라 행정절차가 늦어진다는 것을 실감했죠. 그 때부터 서울 시내 곳곳을 다니면서 불합리한 교통시설만 보면 민원을 제기하게 됐습니다.”

그가 제기한 민원들은 96년 월곡파출소 앞 신호등 설치, 충정로 종근당빌딩 앞 신호등 설치 등으로 속속 결실을 맺었다.

장씨는 “교통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1년 차를 본격적으로 몰면서부터”라며 “직접 운전을 하면서 불합리한 도로 구조나 신호등 체계가 원할한 교통흐름을 막고 대형 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현재 교통방송 자가통신회 총무를 맡고 있다. 자가통신회는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교통방송에 각종 교통흐름 정보를 제공하는 모임. 회원수는 800여명.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때는 일본보다 교통사고가 적게 일어나게 하는 것이 바램이죠. 결코 쉬운일은 아니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