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유엔 인권위원회 위원국 자격을 상실한 데 이어 국제마약감시기구에서조차 밀려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고 미국관리들이 7일 밝혔다.
미국은 자국출신의 허버트 오쿤(70)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 부위원장의 3기연임을 위해 활발한 선거운동을 펼쳐왔으나 지난 3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비밀투표에서 탈락했다고 이들 관리는 전했다.
각국 대표 13명으로 구성된 INCB는 '마약오용 및 불법거래에 관한 유엔협약'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유엔 산하기구로 미국은 그간 이 기구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오쿤은 지난 1985부터 89년까지 유엔주재 부대사를 지냈고 지난 97년부터는 INCB에서 일해온 경력을 갖고 있으며 국제마약 확산방지 부문의 전문가로 인정받아왔다.
이에 앞서 미국은 같은날 ECOSOC에서 똑같이 비밀투표 방식으로 치러진 유엔인권위원회 위원국 자격 투표에서도 탈락했다.
이같은 미국의 위상실추는 유엔 주재 미대사가 4개월 가량 공석으로 남아있어 로비활동이 크게 위축된 데다 유럽동맹국들도 지구온난화 방지협정 이탈 결정과 미사일방어 계획 추진 등 미국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상당한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무부 대변인은 INCB 의석 상실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미국은 국제 마약문제에 대한 전쟁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쿤 부위원장의 3기 연임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를 분석하지 않은 채 최근의 유엔인권위원회 의석 상실과 함께 "그 곳에서 무언가 진행되고 있다"며 불안감을나타냈다.
배리 매캐프리 전 미국 마약정책국장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도적인 위치에서 밀려남으로써 국제사회는 큰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유엔과 유럽, 옛 소련에 대한 지원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의 유엔 인권위원회 의석상실과 관련해 의회일각에서는 미국이 밀린 분담금 5억8200만달러의 납부를 유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유엔본부=AP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