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즌이 시작하면서, 축구팬들이 기대하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중에 하나는 '올해는 어떤 새얼굴이 나올까' 이다. 언론과 축구팬들의 관심 너머에 숨어있다가 시즌 시작과 함께 바람같이 나타나는 새로운 뉴페이스들이 없을까. 과연 치열한 K-리그라는 무림에서 멋들어진 후진기수들이 올해에도 나타나게 될까 하고 말이다. 새로운 샛별이 등장하여 기존의 거성들을 누르고 누구보다도 찬란히 빛낼 때 challenge, 그리고 frontier spirit을 가진 사람들은 열광하게 된다. 또한 젊은 축구팬들 역시 이들의 나이가 젊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여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쉽게 자신과 동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이들이 기성세대를 누르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흥행쪽으로도 새로운 선수들의 발굴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올시즌 K-리그에서는 이전의 이동국-안정환-고종수, 훨씬 전의 김주성, 황선홍같은 기라성같은 스타감은 보이질 않는다. 이건 99년 이후부터 조금씩 있었던 현상이었는데, 뭐랄까. 전체적으로 수준은 꽤 좋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녀석은 없고 고만고만한 놈들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주기를 타서 2002년에는 새로 좋은 선수들이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올해도 그렇게 눈에 띄는 친구들은 보이질 않는다.
물론 K-리그란 것이 대학이나 실업에서 아무리 날고 기었던 선수라도 들어오자마자 맘대로 휘저을만큼 녹록치 않은 곳임은 사실이다. - 속된말로 '프로 짬밥이 얼만데~' 라고도 한다 -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로 직행한다면 그 케이스는 더 힘들 수도 있다. 사실 나이차도 많이 나고, 아마에서 일년에 기껏해야 몇 경기 우르르 뛰고 쉬는 일정에 맨땅이나 인조잔디에서 뛰던 선수들이 일년 내내 리그를 운영하면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고 잔디에 맞는 실력과 체력을 한순간에 배양해 내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형뻘에서부터 크게는 막내삼촌뻘의 선배들이 턱~ 하고 어깨싸움을 걸어오면 주눅드는게 정상일 것이다. - 물론 안그런 예외도 있긴 하다. 그친구 요새 프리킥으로 골 넣는데 재미들렸더구만 - 몇년동안 속칭 '프로밥'을 먹고 나서야 제 한 몫을 할 수 있을만큼 어려운 것이 프로고, 어쩌면 그것이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도 앞에서도 얘기했었지만 눈에 확 튀는 스타들이 없다고 해서 신인선수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체적인 수준은 높아졌다고 본다. 대전의 김영근이나 탁준석, 전남의 김길식이나 수원의 조성환 등등, 튀지는 않지만 프로에 들어와서 어렵사리 한자리를 끼고 제법 제몫은 충분히 하고 있다. 또, 어느정도 정책적인 면도 있고, 외국인 선수들의 지원도 컸지만 안양이 과감하게 신예들을 대거 기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은 - 경기 내용은 솔직하게 제쳐두자. 뭘 더 바라나? - 그만큼 전체적인 레벨이 올라가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안양의 조광래 감독 역시 신인위주로 팀을 구성하면 힘들지 않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할 만하니까 구성했죠'라면서 웃으며 대답했다는 것은 그러한 면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하지만 그래도 '스타 신인선수'에 대한 갈증이 아쉽긴 마찬가지다. 뭐랄까? 스타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런 느낌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영웅을 좋아한다. 영웅이 새로 짠~ 하고 나타나서 기존의 틀을 깨버리고 새로운 틀을 창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그리고 영웅에게 열광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새로운' 영웅이 나타나서 뒤엎어 버린다는 것에 대해 더 열광을 한다. 비록 뒤엎어진 기존의 틀이 바로 전대에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올라선 '영웅'일지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어쩌면 영웅보다는 그 영웅이 '새롭게 나타나서 다 뒤엎어 버린다-는 사실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축구로 친다면 기존의 스타선수들이 있는데 - 이들도 모두 다 한때에는 새로운 얼굴, 뉴페이스들이었겠지만 - 이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는 것 정도로 치면 될 것이다.
새로운 얼굴의 등장은 전체적인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도 한다. 고여있는 물은 썩게 되고 노젓기를 멈춘 배는 강물의 흐름에 따라 하류로 떠내려간다. 새로운 신예들의 등장은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어 기존 선수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리그의 전체적인 향상 또한 가져올 수 있다. 무협지에도 많이 나오지 않는가? "자네가 먹은 밥보다 내가 먹은 소금이 더 많을 것이며, 자네가 걸은 길보다 내가 건넌 다리가 더 많을걸세. 노부를 이기려고 하다니 30년 후에나 오게" 뭐, 이런 거 말이다. 기존의 선배들이 이런 생각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리게 되는 계기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현재로는 글쎄, 포항의 김상록이나 강용, 부산의 송종국, 울산의 서덕규 선수 정도가 가능성이 보이긴 하지만 활약도도 그렇고 포지션이 그리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수비이다 보니 아직까지 크게 뛰어난 활약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나희근 선수나 박경환 선수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네임벨류에 비해서 조금은 떨어지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일단 작년이 마지막 드래프트였고 가장 최대어로 꼽히던 설기현의 유럽진출과 박진섭의 상무 입대 등으로 그만큼 가릴 옥석이 줄어든 것도 이유는 삼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뉴페이스를 찾겠다며 아디다스컵동안 성치않은 다리를 이끌고 전국의 운동장을 누비며 돌아다녔던 히딩크 감독은 아마도 지금쯤 '노력한 만큼에 비해 성과는 없음' 이라고 평가를 내리지 않을까 싶다.
아~ 어디 하늘에서 슈퍼울트라메가톤 플레이어가 하나 안떨어지나? 만화에선 자주 그러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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