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는 한달에 100원인데 2500원이 넘는 돈을 받는 건 가입자를 등쳐먹는 행위"(참여연대 논평)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Caller ID)에 대한 가격인하, 무료 전환을 요구하는 네티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통신업체들의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가 무료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은 글을 각종 게시판에 옮기며 무료화 운동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아닷컴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80%가 넘는 네티즌이 '유료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동전화요금 인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도 "통신업체가 원가의 30배나 높은 이용요금을 가입자에게 강요하고 있다" 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한국통신은 지난 5일부터 매달 2500원∼2800원의 요금을 받기로 하고 서비스에 들어갔다. LG텔레콤, SK 텔레콤, KTF 도 오늘부터 월 2000원을 받기로 해 네티즌, 시민단체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거세지는 무료화운동= 다음, 프리챌 등 대형 인터넷 포털의 게시판이나 넷츠고, 나우누리 등 PC 통신의 게시판에는 "발신자전화번호표시 무료화 운동을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계속해서 올려지고 있다.
작성자가 밝혀지지 않은 이 글은 "캐나다, 미국, 일본도 이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유료로 하는 곳은 없다"는 말로 시작해 "무료로 서비스 될때는 정보공유를 통한 송수신자의 동등한 권리
보장이 되지만 유료가 되었을 땐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글은 또 자신의 번호를 공개하지 않으면 발신자 표시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이 줄어들어 통신업체들이 굴복하게 될 것이라며 자세한 비공개 신청 방법을 알려주며 네티즌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유료화는 가입자 등치기?=휴대전화 이용요금 인하 운동을 벌여 지난 3일 정통부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는 사이버 시위를 주도했던 참여연대도 발신자 서비스 요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한국통신의 경우 가입자 한 명에게 들어가는 직접비용과 투자수익을 포함한 비용은 101원에 불과하다" 며"한국통신이 판매비, 영업비를 포함해 가입자당 총원가를 3454원으로
계산한 것은 사업자가 제시한 요금이 얼마나 자의적인 것인지 알려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한국통신이 처음에는 원가가 3500원을 넘는다고 했다가 여론의 힘에 밀려 가격을 2500원까지 낮춘 것이나 시내전화 후발업체인 하나로통신의 경우 월 1000원을 받겠다고 밝힌 것도 참여연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책정한 월 2000원의 요금에도 '가격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료화를 앞두고 시범 서비스를 할 때 이동통신사는 이구동성으로 3000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SK 텔레콤, LG 텔레콤, KTF 모두 2000원을 들고 나온 것은 '가격인하 담합'의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업체편드는 정부=정통부는 8일 후발업체의 경영여건이 좋지 않아 당분간 이동전화 요금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빨라야 올 3.4분기에 요금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발신자 표시 요금 역시 상반기에 인하할 생각이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통부는 후발 이동전화 업체들의 경우 신규서비스 개발, 망고도화 사업등으로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해 조기 요금 인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를 위해 SK 텔레콤이 투자한 비용은 약 300억원. 참여연대는 월 3000원을 받는다면 올해 안에 발신자 표시 서비스에 들어간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통신업체는 정부를 등에 업고 자신들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엉뚱한 부분에서 가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게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종우he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