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8일 한국측의 수정요구안을 공식으로 일본측에 전달했다.
정부는 단지 요구안을 보내는 데 그쳐서는 안되며 이것이 일본에서 관철되도록 해나가야 한다. 일본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문화관광부 등 부처별 일본 제재방안을 내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이 과연 리더 자격이 있는지를 물으며, 역사왜곡의 실상을 홍보해 나가는 등 다각적이고 단계적인 압박 카드를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국 진출 문제도 교과서 수정과 연계해서 다루어야 한다.
이제 공은 일본측에 넘어갔다. 일본은 무엇이 진실로 국익인지를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당장은 한국과의 월드컵 공동주최라는 사상초유의 이벤트를 성공시켜 나가기 위해서라도, 아시아 이웃나라와 세계의 눈에 퇴행적이고 유치한 자국중심 사관(史觀)의 ‘역사문화 후진국’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사실중심의 역사 기술로 돌아가고, 과거의 잘못을 깨끗이 드러내며, 피해자측과 함께 상처와 응어리를 씻어 가는 보편성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지금 한국 중국을 비롯한 이웃나라에서는 일본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가뜩이나 정치 경제적으로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의 극우적, 국수(國粹)주의적 ‘자찬사관(自讚史觀)’에 휘둘려 비이성적으로 흐르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이성을 벗어난 움직임의 확산, 그것을 제어하는 정치력과 양식(良識)의 빈곤은 그 나라와 이웃에 치명적인 불행이 되곤 했다. 되뇌고 싶지도 않지만, 나치와 일제의 역사를 상기해 보라.
한국과 중국의 반일(反日)감정은 늘 일본측의 망언이나 극소수 분자들의 맹동(盲動)으로 들끓곤 한다. 멀쩡하게 치유돼 가는 듯하던 피해의식의 저변이 일본측의 자극으로 일깨워지고, 반일 파동으로 치닫곤 한다. 이번 교과서 문제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만일 일본측이 수정을 외면하고 ‘검정’이 끝났다고 우긴다면, 아시아의 일제 전쟁 피해자들은 다시 악몽에 소스라쳐 들고일어나고 세계적으로 지탄의 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일본에 무슨 득이 될 것인가. 일본이 교과서 수정을 외면하는 것은 분명 어리석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