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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왜곡교과서 재수정 요구]이성무 국사편찬위원장 인터뷰

입력 | 2001-05-08 18:45:00


일본 역사교과서 재수정 요구안 작성을 지휘한 국사편찬위원회 이성무(李成茂) 위원장은 7일 “재수정 요구안이 허술할 경우 일본에 반격의 빌미를 줄 것을 우려해 가능한 한 완벽한 요구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작업을 해왔나?

“지난달 21일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개발원의 학자 9명으로 구성된 전문가팀으로부터 분석자료를 넘겨받아 ‘국가적으로 공인된 한국사’의 틀에서 정밀하게 검토 보완하는 작업을 했다. 강영철(姜英哲) 편사부장을 중심으로 직원 20여명으로 교과서 분석팀이 구성돼 2주일간 밤샘작업을 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방침은 교육부와 외교부가 달랐다고 털어놓았다. 교육부는 학문적 차원에서 분석자료를 보내왔고 외교부는 외교관계를 고려해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요구해 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른 방침을 같이 고려해 최종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재수정 요구 대상이 됐는가?

“일본 역사 교과서는 전근대사회에서 조공이 의례적인 외교 행태에 불과했는데도 조공 체제 아래의 속국과 근대 식민지와의 차이에 대한 설명없이 조선을 중국의 복속국으로 표현했다. 또 한반도가 대륙에서 돌출해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며 조선조 말 일본 방위를 명목으로 한국에 ‘출병’했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의 침략 지배를 합리화한 것이다. 왜구(倭寇)가 일본 내의 기근 등으로 인해 발생했는데도 이에 대한 설명을 누락한 채 왜구에는 일본인 외에 조선인 중국인 등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기술한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에서는 ‘군대위안부를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서까지 거론해야 하는가’ 라는 견해도 있는데….

“군대위안부 언급이 한 줄 들어가고 빠지고 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군대위안부 문제는 인륜을 저버리는 경지에 이른 일본군의 가혹 행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군대위안부 문제가 아직 현재 진행형의 문제로 남아있는 만큼 우리로서는 이것이 한 줄 포함되느냐 아니냐가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는 사관(史觀)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외교부에서 사관 검토에 대해서는 신중하자는 의견을 냈다. 사관의 문제로 흘러갈 경우 불필요한 학문 외적 논쟁이 유발되는 등 본말이 전도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결국 사관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것을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수정하라’는 식으로 자구(字句)만 문제삼은 것도 아니다. 전체적인 서술 방식을 중시했다.”

―일본의 대응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지나친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본다. 일본도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것들이다. 일본의 적절한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은 과거에도 검정절차를 거친 교과서를 재수정한 사례가 있다. 일본측이 재수정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측도 고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일본은 문부과학성 산하 국제교육정보센터에서 자국에 관한 해외 자료의 잘못을 찾아내 수정을 요구하는 일을 계속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관(韓國觀) 시정사업팀이 이런 역할을 맡고 있다. 앞으로 한국관 시정사업팀의 역량을 강화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