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8일 일본 역사교과서의 재수정을 공식 요구하는 공세를 펼쳤으나 일본은 재수정은 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하는 밋밋한 대응을 하는 데 그쳤다.
일본 정부로서는 한국이 얼마나 열심히 교과서를 분석해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수정 의견을 제시했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 문제는 수정을 해 줄 것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데 일본 정부가 재수정에는 응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한국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재수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일본 정부는 일단 검정에 통과한 교과서를 재수정하면 한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재수정에 응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82년과 86년 한국과 중국측의 반발에 따라 교과서를 재수정했다가 지금까지 보수파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일본 정부가 재수정에 나서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일본은 당분간 “한국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현 검정제도에서는 명백한 오류가 없는 한 재수정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한국측의 수정 요구가 ‘명백한 오류’를 지적한 것인지 여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가능성은 있다. 물론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주장에 대해 대부분 ‘시각차’라고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재수정 불가로 굳어졌기 때문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하 관방장관, 외상, 문부과학상 등이 “한국측의 주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거나 “긍정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발언한 것은 ‘외교적인 수사’에 불과할 뿐이다.
일본은 결국 재수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가 고려하고 있는 한일 역사학자들의 공동연구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나 한국측이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일본측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교과서 문제로 초래된 한일간의 불협화음이 조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일본 정부내에서도 강하다고 일본 언론은 전하고 있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