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왜곡교과서 문제는 한일 양국정부의 갈등요인일 뿐만 아니라 양국 국민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양국이 접점을 찾아가면 우호관계가 돈독해지겠지만 반대방향으로 치닫는다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공동개최로 모처럼 화해의 계기를 마련한 양국관계가 커다란 손상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양국의 양식 있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교과서문제의 매끄러운 해결을 위한 일본의 성의 있는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양국 시민단체들은 한국정부가 8일 일본에 역사왜곡교과서의 시정을 요구한 데 대해 적절한 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본이 재수정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교과서가 학교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철 민족문제硏 연구실장▼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를 위협하는 개헌과 핵문제는 물론 동아시아의 긴장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내용에 대한 비판이 없어 아쉽습니다.”
김민철(金敏喆·39)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8일 일본의 왜곡 교과서에 대한 정부의 수정요구안을 미흡하다고 평가하며 “요구안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일본의 교과서 집필자와 출판사가 물러서지 않을 게 뻔하다”면서 “일본 정부도 명백한 사실 오류만 받아들이고 역사인식 해석 등 중요한 대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쇼사(扶桑社)교과서의 ‘4세기 후반경 고구려는 반도 남부의 신라 및 백제를 압박하고 있었다’는 부분과 6세기 삼국 및 국제관계에 대한 부분 등을 사실 오류로 들었다.
그는 “일본 시민사회가 침략으로 얼룩진 과거 역사를 청산하고 책임을 지려는 노력과 반성이 있을 때 역사 왜곡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피해국으로서 비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사를 제대로 정리하고 반성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일본 시민사회에 설득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실장은 앞으로 일본 학교가 왜곡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자매결연을 한 일본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고 △일본의 시민단체, 교사노조 지회 등과 다각도로 협력하며 △일본 사민당과 지방 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dal@donga.com
▼다와라 '어린이와…' 사무국장▼
일본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모임)이 만든 역사교과서 불채택운동을 벌이고 있는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 21’의 다와라 요시후미(俵義文) 사무국장은 8일 “한국측이 재수정 요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와라 사무국장은 “그러나 일본정부는 한국측의 수정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그럴 리도 없지만 한국측이 요구한 부분을 전부 고친다 해도 이 교과서는 ‘보통 교과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정부가 재수정을 거부하고 한국 국민이 반발할 경우 일본 내 보수파가 이를 역이용해 ‘내정간섭’이라거나 ‘외압론’을 들고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교과서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간 감정대립으로 변질되면서 진흙탕싸움이 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것. 그는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이 교과서에 반대하는 건전한 시민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 교과서에 반대하는 단체를 전부 모아 연합체를 만드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모임의 다카모리 아키노리(高森明勅) 사무국장은 한국의 재수정 요구에 대해 “한국이 무슨 권한으로 의견을 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는 이에 응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측의 지적은 상당히 감정적인 내용으로 정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다만 명백한 오류가 있을 때는 사실에 겸허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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