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탕의 캔버스에 청색조의 휘갈겨진 선들이 가로나 세로 방향으로 나열돼 마치 한시(漢詩) 작품 같다.
서양화가이면서도 동양적 상념을 조형화해 온 이종학(76) 초대전이 9∼18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50년 동안 몰두해온 추상작업의 귀결점을 찾는 행사. 100호 내외의 작품 30여 점이 선보인다.
70, 80년대 비교적 다양한 색상과 형태를 갖췄던 그의 추상화는 최근 더욱 단순해지고 있다. 자연주의적 동양 정서를 바탕에 깔고 여백을 존중하면서 직관적 표현, 즉 일필주의(一筆主義)적 표현을 즐겨 하기 때문이다.
극단적 단순함과 추상성을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최소한의 조형언어로 최대한의 내용을 담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극한 상황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간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려는 작업 의도에서 나온 것. 02―73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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