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둔 목돈은 없지만 당장 자동차를 사야 할 처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 같으면 자동차회사와 연결된 할부금융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주택담보 대출과 개인대출 등으로 소매금융 영역을 넓혀온 은행권이 새로운 잠재시장인 자동차대출시장에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처음이라 기존의 할부금융사를 위협할 정도로 크진 못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 은행 진출 이후 할부금융사의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LG캐피탈 관계자는 “(은행권의 시장진입 이후) 금리수준이 점차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면서 “올초에 비해 이미 1.2%포인트가 내려갔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빌려가세요〓은행권이 내세우는 강점은 싼 금리. 할부금융사 상품을 이용할 경우 적용되는 금리는 연 11% 안팎. 여기에 1.2∼1.3%의 신용수수료를 더하면 대략 12∼13%에 이른다.
반면 은행의 자동차대출상품은 신용도가 좋을 경우 보증보험료를 포함해 연 10% 이내로도 빌릴 수 있다. 조흥은행 소비자금융부 차상선 과장은 “2%포인트 이상의 금리차라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며 “일단 은행문을 두드려본 뒤 할부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은행 상품이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높은 대출문턱은 은행에서 대출을 신청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 실제로 은행권은 지난해 중반부터 자동차대출상품을 개발, 시판했지만 이용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용대출이 아닌 외부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은행 문턱을 낮추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곤란하지만 안정된 직장을 가진 샐러리맨이라면 대부분 대출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상품이 있나〓4월중순 조흥은행이 새롭게 선보인 ‘CHB 뉴오토론’은 대출대상층을 넓힌 대표적인 상품.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은 물론 타 금융기관에서 이미 자동차할부금융을 사용중인 고객도 이용 가능하다. 서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6월말까지는 연 8.8%(프라임레이트 ―0.7%)의 단일금리를 적용하고 7월부터는 단골고객 개인택시사업자 등 우대고객은 프라임레이트 ―0.6%, 나머지 일반고객은 프라임레이트 ―0.2%를 적용할 예정.
외환은행은 최저 연 9.75%부터 금리를 적용중. 신용도가 낮으면 최고 12.75%까지 이자를 적용한다. 차량 가격의 80%까지 대출 가능하며 매월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이다.
국민은행의 ‘뉴 오토론’은 대출금리가 10.7% 수준. 3년만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이며 보증인을 세울 필요도 없다. 다만 직장인이거나 소득 또는 재산세 납부 실적 확인이 가능한 사람이면 대출이 가능하다고 국민은행측은 밝혔다. 대출금액은 차량가격의 90%까지 최고 3000만원 이내.
지난해 5월 은행권 최초로 자동차대출상품을 내놓은 한빛은행은 대출기간이 최장 5년까지다. 0.25%포인트의 금리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터넷 대출신청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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