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 잘못하다간 큰코 다쳐요” 주특기인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는 햐타마라 비스코씨.
“한국태권도와 북한태권도의 차이는 뭔가요?”(기자)
“영화 공동경비구역(JSA) 본 적 있어요봤어요?”(비스코)
“예.”
“JSA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
북한식 태권도를 배운 뒤 다시 한국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미국 코네티컷 출신의 자그마한 여인 타마라 비스코(24·서울예고 영어강사).
부처님오신날인 1일 연세대학교 체육관 앞에서 만난 그녀는 허리를 90도로 굽혀 깎듯이 인사한 뒤 “안뇽하세요. Nice to meet you”,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쓰며 손을 건네 악수를 청했다. 수줍은 표정이나 말을 할 때도 고개를 숙여 상대 손끝을 바라보는 몸가짐이 영낙없는 어느 예절바른 한국 여성이다.
그러나 착각은 금물. 하얀 도복으로 갈아 입고 나타난 그녀는 어느새 ‘여전사’로 바뀌어 있었다. 강렬한 눈빛은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고 품세를 선보이며 외치는 구령소리는 씩씩한 군인 아저씨나 진배 없었다. 주특기로 내세우고 있는 발차기 기술인 찍기와 옆차기를 할땐 “쉭 쉭”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부모님의 권유로 중학교 1학년 때 북한 계열인 국제태권도연맹(ITF)산하 도장에서 처음 태권도를 접했다. 기술 하나하나씩 배워나가는데 너무 너무 재미가 있었고 집중력을 키우는데 효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동양의 독특한 문화가 배어 있어 좋았다는 것.
1999년 7월 풀브라이트 장학재단의 도움을 받아 한국에 온 그녀는 올초 연세대 체육과 김영선 교수를 만나 이번에는 한국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현재 공인 2단.
한국과 북한식 태권도의 차이점을 묻자 “영화 JSA와 비슷해요”라고 딱 한마디만 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같은 민족이면서 통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뜻일까. 북한 태권도에 대해 물을땐 다소 거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자제했다.
태권도를 배우고 난뒤엔 여행도 혼자 많이 한다. “뭔가 자신감이 생긴다고 할까요. 독일 스위스 인도 프랑스 일본 등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혼자이기 때문에 겁먹은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이건 동물애호가들이 들으면 욕할텐데요…한번은 아침 일찍 조깅을 하는데 큰 개가 짖으며 뒤쫓아 와 물려고 했어요. 무서움에 본능적으로 돌아서면서 돌려차기로 개를 심하게 걷어차 개가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간 적이 있어요.”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에 한국에서의 외국인들 삶을 그린 4단 만화컷(Comic strip)을 연재하는 등 그림에도 소질이 있는 그녀는 “기회가 된다면 태권도를 세계에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태권도를 소재로 한 게임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세계 수련생 5000만명 추산…클린턴도 배워
“I love Taekwondo(태권도가 좋아요).”
태권도가 세계화된지는 오래.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전세계 태권도인구를 5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태권도를 하는 인사중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유명 인사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주한 외국인들에게도 태권도는 인기종목. 주한 외국 대사관만 보더라도 아흐메드 부타시 알제리 대사와 하인 브리스 네덜란드 대사 등 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 많다. UN빌리지 근처 해동태권도체육관에만 대사와 참사, 그리고 이들의 자녀 등 60명이 넘는 주한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독일계 이탈리아인 미남 탤런트 브루노도 태권도 유단자. 그는 95년 태권도를 배우러 한국에 왔다가 배우가 된 케이스. 이밖에 여행과 공부를 하러 왔다가 태권도를 배우고 돌아가는 외국인들도 많아 전국적으론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