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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특집]알리안츠제일생명 미셸 캉페아뉘 사장 인터뷰

입력 | 2001-05-08 19:12:00


【2001년 한국의 생명보험 시장은 변혁기를 맞고 있다. 명문대 졸업생들이 ‘라이프 플래너’라는 직함을 달고 노트북컴퓨터로

그 자리에서 예상 수익 등을 계산해 주면서 ‘억대 연봉자’로 떠오른지도 오래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푸르덴셜, 알리안츠, ING 등 외국계 보험사가 주도해 왔다. 이 가운데 ING 및 알리안츠제일생명의 사장을 만나 생명보험 경영의 원칙을 들어봤다.】

‘총 관리자산 831조원, 가입고객 6000만명, 111년간의 노하우, 평가기관 S&P가 AAA등급 지정, 포춘지 선정 세계 22대 기업.’

독일계 알리안츠제일생명의 신문광고는 이처럼 ‘알리안츠답지 않은 자화자찬’으로 가득차 있다. 고향인 독일에서 알리안츠는 ‘조용한 거인(quite giant)’로 통할 만큼 거대그룹이지만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식 광고는 그만큼 고객으로부터 신뢰받고, 자산관리에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자신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만난 알리안츠제일생명의 프랑스인 미셸 캉페아뉘 사장(46)은 시종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구상을 풀어나갔다. 그가 거듭 강조한 키워드는 고객 신뢰와 프로정신이었다. 하루전 발표된 1500억원 추가 증자로 말문을 열었다.

“자본확충으로 고객에게 알리안츠가 더욱 튼튼해지고, ‘프로’들이 제대로 일하는 곳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합니다.”

그는 사람을 키우기 위해 올 한해 교육비용을 지난해보다 50% 가량 늘릴 것이며, 특히 보험모집인 교육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증자 발표 당시 증자대금을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콜센터 설치, 인터넷 마케팅 및 업무 전산화를 위한 시스템구축, 본사사옥 구입 등에 쓸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캉페아뉘 사장은 78년 파리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보험업계에 들어와 23년을 보낸 ‘보험맨’. 95년 알리안츠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프랑스 생명 한국지사 수석부사장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고, 제일생명이 팔린 99년부터 알리안츠제일생명의 사장으로 일해왔다.

그가 꼽는 알리안츠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덩치키우기에 집중됐던 회사역량을 기업과 고객자산의 가치증대로 돌리도록 힘썼습니다.”

캉페아뉘 사장은 무려 36개 변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영업조직을 강화하고, 회계시스템을 전산화하고, 영업점의 인력구조를 혁신하는 등 내부 소프트웨어 강화에 주력했다. ‘회계 개혁’으로 2개월씩 걸리던 월별 회계보고서를 10일만에 손에 쥘 수 있었다고 했다.

“2월말 보고서를 5월초에 받아든다는 것은 ‘알리안츠의 오늘’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환경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어요.”

캉페아뉘 사장은 또 보험산업의 특성상 미래를 내다보고 예측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과거 제일생명이 그랬듯이 일이 터지기를 기다렸다가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는 생명보험사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앞다퉈 높인 7%대 예정이율(보험사가 고객에게 보장한 최저 수익률)에 우려를 표시했다. 저금리시대를 맞아 무리하게 설정한 이자율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알리안츠는 현재 손해보험업계 진출을 준비중이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새 회사를 만들기 위해 예비인가까지 받아뒀다.

캉페아뉘 사장은 “왜 손해보험업에 진출하느냐”는 ‘우문(愚問)’에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우답(愚答)을 피했다. 대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알리안츠는 고객이 가입한 보험상품에서 생긴 돈을 ‘잘 굴려’ 고객에 돌려주는 것이 장기. 하나은행과 반반씩 투자해 하나―알리안츠 투신운용을 세웠고, 제일생명을 인수해 생명보험사를 세웠으니 다음은 손해보험이라는 논리다.

캉페아니 사장은 세계 6대 보험시장인 한국의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서 ‘도전해봄직한(challenging)’한 나라라고 평가했다. 고령화 사회로 바뀌면서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민의 저축성향도 전통적으로 높아 보험 및 자산관리 사업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경영틀 뒤집기를 주도해 온 캉페아뉘 사장은 변신노력의 성공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내가 주도하는 변화 프로그램이 모두 성공할지, 알리안츠가 어떤 회사로 거듭나 있을지는 나도 궁금합니다. 1∼2년 뒤 다시 만나서 알리안츠 한국진출 3년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