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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리뷰]숨막히는 지적유희

입력 | 2001-05-09 12:19:00


유별난 언행으로 학교에서 손꼽히는 말썽꾸러기 고교 2년생 김전일. 아이큐가 180이라는데 만화 주인공으로는 보기 드물게 공부 못하고 운동신경 둔한데다가 평소에는 어딘가 얼빵해 보이는 구석까지 있다.

아무리 그래도 명색이 당대의 손꼽히는 명탐정 코우스케의 손자인 김전일의 비범함은 범죄현장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사소한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주도면밀한 관찰력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바탕으로 경찰도 어쩌지 못하는 사건의 진상을 척척 규명해 내는 것이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라고 김전일이 외치는 순간 지은 죄도 없는 독자마저 가슴이 콩닥거린다.

은 참혹한 연쇄살인이 빚어낸 긴장과 불안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김전일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는 미스테리 추리만화다. 완벽한 조건의 밀실살인과 교묘한 트릭, 반박할 수 없는 알리바이 같은 추리물의 전통적 요소가 훌륭히 제시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범인과 김전일, 혹은 범인과 독자간의 밀고 당기는 지적 유희가 만만찮다.

일본에서만 수천만권의 판매고를 올린 이 작품은 인간의 추악한 욕망에서 비롯된 범죄의 과정과 그 이면을 대범한 스케일로 담아내고 있다. 물고 물리는 원한과 애증의 사연들은 여타 소년만화와는 사뭇 다른 어둡고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침착하고 냉철하면서도 순수한 고교생 탐정 김전일이라는 캐릭터와 소꼽친구 미유키의 풋풋한 로맨스도 볼만하다.

다만 반복되는 비슷한 패턴의 사건들로 인해 30여권에 이르는 시리즈가 갈수록 진부하고 식상해지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이 풀어내는 기발한 발상과 유연한 사고는 권태로운 일상에서 작은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김지혜 lemonjam@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