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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겉멋 부린 코미디

입력 | 2001-05-09 15:29:00


장선우 감독의「거짓말」로 우리 사회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사 신씨네가 1년 6개월여만에 신작「교도소월드컵」을 내놓았다.

`Goal(골)때리는 영화'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제목이 반쯤은 말해주듯 교도소 재소자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축구 경기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오스틴파워」시리즈 같은 `과장된'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딱딱 계산되고 절제된 유머에 익숙한 국내 관객들이라면 황당하게 느껴질 법도 한 영화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봐 달라'는 방성웅 감독의 부탁대로 마음을 비우기 시작한다면 저도 모르게 박장대소가 터져 나온다.

배우들의 눈이 시계추처럼 왼쪽, 오른쪽으로 왔다갔다 하는 장면이나 머리가 골대에 인정사정없이 부딪쳐도 배시시 웃는 골키퍼까지 만화적 상상력이 총동원됐기 때문.

또 17명의 주,조연들이 제각각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스크린을 휘젓고 다니면서 속사포처럼 대사를 내뱉는데, 일단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독특한 이 영화는 UN인권위원회가 `제1회 교도소월드컵'을세계 각국에 제안한 데서 시작한다. 한국 대표 선발전에 뽑힌 원주교도서는 `잔형감형' 등의 포상을 내걸고 재소자들을 상대로 부랴부랴 축구팀을 구성한다.

늘 술에 절어 사는 교도관(황인성)을 사령탑으로, 툭하면 교도소 굴뚝에 올라가`존경하는 재소자 여러분'을 외치는 `굴뚝'(전철우), 궁금한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공갈협박범 `질문'(조재현), 종교단체 전문털이범 `종교'(송영탁), 육두문자를 입에달고 사는 `개심통'(장두이), 9년째 복역 중인 교도소내 유일한 사형수 `빵장'(정진영) 등 모두 17명으로 구성된 `희망팀'이 꾸려진다.

처음에는 오합지졸이었던 팀이 부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뜨거운 동료애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결국 우승을 거머쥔다는 게 이 영화의 예정된 수순이다.

그런데 사공이 너무 많아 산으로 올라가 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희화화시킨 17명의 배우들을 골고루 보여주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극 전체가 산만한데다 종종 억지 웃음을 강요하기도 한다.

또 정진영이나 조재현, 장두이, 박인환, 황인성 등 중량감있는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어색한 것은 감독의 미숙한 연출 탓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특히 딱 두 장면을 빼면 남자들만 나오는 이 영화에서 어정쩡한 멜로까지 삽입한 것은 구색 맞추기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수시로 나오는 `쿵' `쾅' `두근두근(심장박동소리)'거리는 요란한 음향과 화면에 너무 자주 멋을 부린 점, 대사와 효과음의 불협화음은 극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힐 것 같다. 19일 개봉.

[연합뉴스=조재영 기자]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