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견해차는 있을 테지만 작곡가 한스 짐머는 영화음악에 대한 이런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훌륭한 영화음악이란 영화보다 늦게 기억되는 음악"이라고. 영화에 고루 스며드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한스 짐머는 자신의 욕심을 최대한 절제할 줄 알았다. 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이재진 역시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양아치 바닥의 생리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한 3류 건달 강재(최민식)와 중국여인 파이란(장백지)의 실낱같은 사랑을 좇는 은 음악을 철저히 바닥에 묻는다. 파란 바다와 부서지는 흰 포말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의 O.S.T.는 뒤늦게 기억되지만 오래 가슴에 남는 선율로 채워진 앨범. 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바 있는 버클리 음대 출신의 이재진은 이 앨범에서 정곡을 찌르는 대신 아련한 추억을 택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의 영화음악을 바다의 이미지에서 따왔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을 듣고 있으면 어느 새 불쏙 솟구쳤다 산산이 부서지는 파도의 이미지가 자연스레 겹쳐진다. 피아노와 오보에, 기타로 변주되는 음악들은 영화의 장면 장면을 쉽게 떠올려준다.
구질구질한 추리닝 차림으로 인천 부두를 헤매는 강재의 모습을 담은 '강재의 겨울', 파이란이 강재에게 띄운 러브레터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첫 번째 편지'부터 '마지막 편지'까지. 의 O.S.T.엔 비슷비슷하게 들리지만 나름의 색깔이 있는 연주곡들이 차분히 스며들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곡은 홍콩스타 막문위가 부른 사랑의 연가 '애정'. "힘든 하루하루마다 난 네가 그리워"라고 읊조리는 그녀의 노래는 막문위 버전과 장백지 버전으로 이 앨범에 두 번 삽입되어 있다. 장백지가 부르는 '애정'은 O.S.T.에 담긴 뮤직비디오를 통해 들을 수 있다.
황희연benotbe@donga.com
뮤직비디오 보기
- 愛情 (Love)
♬ 노래듣기
- 강재, 그리고 파이란
- 愛情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