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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규제로 발묶인 수도권]대학 정원동결로 재정난 허덕

입력 | 2001-05-09 18:26:00


81년 3월 개교한 경기 평택시 용이동의 평택대(총장 조기흥·趙基興). 99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학종합평가에서 시설 설비 영역 등 5개 영역에서 우수대학으로 인정받았지만 입학정원은 3년째 890명으로 묶여 있으며 재학생도 3000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충남 천안시 남서울대. 94년 개교한 이 학교 입학정원은 2700여명. 개교 당시 840명에서 8년 만에 3배 규모가 됐다. 재학생 수도 1만명이 넘는다.

두 대학의 성장 속도차는 수도권이냐의 여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평택대 김애자(金愛子) 홍보과장은 “수도권 인구 집중 억제를 위한 정원 동결의 장벽에 매년 막혔다”며 “경기 남단에 있어 수도권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제한을 받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① 기업 발목 잡는 공장총량제
② 공장은 허물고 신도시는 개발
③ 여주는 'No', 문막은 'Yes'
④ '대학도 총량제' 논란

수도권 대학 정원 동결에 대한 지역 대학 관계자들의 불만이 크다. 수도권의 15개 소규모 대학 총장 모임을 주도하는 서경대(서울 성북구) 민병천(閔丙天) 총장은 “재정의 대부분을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이 교육 기자재나 시설을 갖추려면 입학정원이 2000명은 돼야 한다”며 “재정 부실이 심화되기 전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인구 집중 요인 아니다”〓수도권 대학 관계자들은 대학이 인구를 수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학생 대부분이 ‘명문대’나 대규모 종합대로 오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 소규모 대학의 정원을 늘리더라도 인구 집중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 여기에 서울 지역 학생들이 경기도 일대로 진학해 감수해야 하는 시간 및 경제적 희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 총장은 “서울 지역 대학들이 99년부터 대학원 중심으로 개편되면서 줄인 학부 정원(2000여명)이라도 수도권 지역 소규모 대학에 재배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칙이 없다〓서울대 농대가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는 것도 불만요인. 수원시 소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농대)와 수의과대는 2004년이면 서울로 이전한다. 서울대는 이를 위해 관악캠퍼스에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4만7000㎡(약 1만4200평) 규모의 농생대 건물과 지상 10층, 연면적 1만6000㎡(약 4800평) 규모의 수의과대를 신축 중이다. 서울대는 “서울대 캠퍼스 종합화 계획에 따라 우수 농업과학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96년 정부 심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이전은 수도권의 대학밀집을 억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에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수정법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의 신설 금지는 물론 산업대와 전문대도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설립이 가능하고 94년 실시된 정원 총량제에 따라 증원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대 농대를 서울로 옮기는 정부가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수도권 대학의 증원을 막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건설교통부도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자 뒤늦게 98년 2월 ‘서울시 안에서 이전하거나 서울시 안으로 이전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내용으로 수정법을 보완했다.

▽“정원 늘리면 큰일난다”〓건교부는 업무시설 다음으로 교육시설이 수도권으로 인구를 유인하는 요인으로 판단한다. 건교부 최재덕(崔在德) 주택도시국장은 “서울대 농대나 공무원연수원의 이전은 ‘기관이기주의’로 문제지만 인구 분산을 위해 대학 정원 규제는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수도권 대학을 증원할 경우 지방대의 몰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있다. 김화진(金華鎭) 교육부 대학행정지원과장은 “2003학년도가 되면 대학 진학생이 현재 80만명에서 65만명으로 줄어든다”며 “지금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면 대규모 미달 사태로 문을 닫을 지방대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전문가들은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현실적 대안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이현청(李鉉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현행 등록금 수준으로 대학을 운영하려면 정원이 6000∼7000명은 돼야 한다”며 “소규모 대학끼리 시설을 공유하고 공동 투자하는 등 경영 연대를 맺거나 외국 대학과 제휴해 외국 학생들을 유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