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이근식(李根植)행정자치부장관이 광주를 방문했을 때 광주 전남지역민들의 시선은 온통 그의 입에 쏠려 있었다.
지역 최대 현안인 전남도청의 무안 이전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그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전남도청 이전은 계획대로 진행한다. 다만 광주시민들이 걱정하는 도심공동화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돕겠다”고 도청 이전을 기정 사실화했다. 논란이 계속될 경우 현정권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인사 3000여명으로 출범한 ‘전남도청이전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가 이달 중순 이후 서울과 광주에서 대규모 군중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청 이전 추진 배경〓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은 무엇보다 이전 후보지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출신지인 목포와 맞닿아 있는 무안으로 결정됐기 때문. 이전 후보지가 목포와 멀리 떨어진 지역이었다면 광주사람들의 ‘배신감’은 훨씬 덜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도청 이전 문제는 93년 5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광주시민들의 ‘5·18문제 해결’ 요구에 따라 전남도청 자리에 기념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선언한 ‘5·13특별담화’에서 비롯됐다. 무안군 삼향면 일대 이전 후보지도 전문기관의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됐다.
이 문제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던 허경만(許京萬)전남지사는 95년 선거 때부터 광주와 전남의 행정구역을 통합하자는 ‘시도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됐다.
허지사는 “광주와 전남은 본디 한 뿌리이며 지역 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분리된 것이므로 하나로 묶어 공동 발전의 전기를 이루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10대 불가론’을 앞세운 송언종(宋彦鍾)시장 등 광주시측의 반대에 막혀 시도 통합 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전남도는 광주시가 96년 정부에 ‘시도통합반대 건의서’를 제출한 이후 3년을 기다리다 99년 4월 무안군 삼향면 남악리 일대로 도청을 옮기기로 최종 결정하고 지난해에는 ‘남악신도시’ 마스터플랜을 확정했다.
▽“도청 빠진 광주는 껍데기”〓‘통추위’를 비롯한 이전 반대측은 “남도의 상징이자 핵심인 도청이 빠져나가면 광주상권이 붕괴되고 도심이 텅텅 비게 된다”며 ‘도심공동화론’을 내세운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도청 이전 때 도공무원 1500여명(사업소 포함)과 관련 기관 단체 60여곳의 근무자 등 8000여명의 고용이 줄어들 전망. 인구 2만6000여명이 줄어 △지역 생산 2660억원 △소득 1620억원 △세수 87억원 등의 감소가 예상된다.
‘통추위’ 오병문(吳炳文·전 교육부장관)수석대표는 “광주사람들은 도청이 빠져나가면 도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통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도청 이전 청사진〓정부 방침대로 이전 사업이 추진된다면 신청사 건립은 2004년말 마무리된다. 신청사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 절차가 98%선에 이르러 10월부터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 2조5000억여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남악신도시 건설도 2019년까지 연차적으로 진행된다.
목포∼광양간 고속도로(2007년 완공)를 포함, 도로 6개와 항만 공항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을 대폭 확충하고 신도시 건설에 따른 인구 증가로 △지역 생산 3조원 △고용 2만1000명 △소득 947억원 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서남부를 중심으로 한 대다수 도민들은 도청 이전 문제는 원칙적으로 광주시민들이 간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남도의회 이완식(李完植·목포)의원은 “도심공동화 현상은 도시 발전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도청 이전을 광주와 전남이 공동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청 이전에 대해서는 전남도내 여수 순천 나주 등 타 지역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는만큼 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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