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프로축구에서 심판 판정과 관련한 물의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마다 코칭스태프나 관중의 거친 항의로 심판들이 곤욕을 치르기 일쑤고 얼마전에는 한 심판이 분노한 관중들을 피해 운동장 뒤편 창문과 난간을 넘어가는 일도 있었다.
물론 각 구단 프런트나 코칭스태프, 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프로팀 감독시절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나 원망이 없었던게 아니다. 경기에 이기든 지든 심판은 저녁식사 자리의 단골 안주로 오르내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흔히 심판은 그 나라 경기 수준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심판이 위축돼 있으면 그만큼 그나라 축구는 제자리 걸음을 걷게 된다. 심판도 사람인 이상 자꾸 말썽이 나면 이를 피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 휘슬을 불어야 할 때 못 불고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조금이라도 차후 문제발생의 소지가 있다면 휘슬을 불어 공격 흐름을 끊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풍토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월드컵 등 국제무대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실수는 우리나라 심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월드컵에서도 유명한 마라도나 ‘신의 손’ 일화가 있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심판 판정에 대한 구단과 팬의 수용 자세다. 축구발전이란 대의명분 아래 심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믿음을 갖고 승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농담이라도 “경기를 도둑맞았다” 는 등의 얘기가 나와선 안된다. 판정이 공정했는데도 분위기에 취해 심판을 매도한 적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90분 경기에서 단 한번 일어난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나머지 잘한 판정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심판의 노력도 필요하다. 유럽에선 의사 판사 회계사 등 비축구인 출신 심판이 많은데도 정확한 판정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틈나는대로 경기장을 찾아 다른 심판의 경기 운영을 살펴보고 끊임없이 연구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심판들이 정기적으로 축구 관계자들과 경기 비디오를 함께 보며 토론, 평가할 수 있는 기구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