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짓는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축산물 도매시장이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서울 성동구 마장동 ‘우(牛)시장’ 주변이 술렁이고 있다. 서울시가 마장동 766 일대(1만8658㎡)를 도시계획상 축산물 특화시장으로 지정하려고 하자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 이미 공람공고를 끝낸 서울시는 15일경 시의회 의견청취를 거쳐 이달 중 시설 결정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경위〓문제의 땅은 과거에 도축장과 축산물 도매시장이 있었던 우성농역 소유 부지. 도축장은 98년 3월 문을 닫았고 도매시장도 계속된 적자로 인해 지난해 7월말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도매시장을 운영해오던 우성농역은 누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 두차례에 걸쳐 ‘도매시장 법인지정’을 해제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서울시가 계속 반려했지만 우성농역측은 작년 10월 성동구청으로부터 아파트 건축허가를 받아 도매시장 건물을 철거해 버렸다. 이 부지가 아파트 건축허가를 받을 당시까지만 해도 도시계획상 ‘일반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었기 때문에 ‘적법한’ 절차를 밟았던 것.
서울시가 뒤늦게 제동을 걸고 나서자 사태는 꼬이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강북 지역에 축산물 도매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며 3월말부터 이 곳을 도매시장으로 지정하기 위한 도시계획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주민들은 ‘난데없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고 반발했다.
▽주민들 입장〓현대아파트 주민 4000여명이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육점들이 몰려 있는 재래시장이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축산물 도매시장까지 새로 생길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이 아파트 주민대표 권순목씨(47)는 “65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축산물 도매시장으로 지정된 이 곳은 당시만 해도 도심 외곽이었다”면서 “그러나 36년이 지난 지금은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며 서울시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다. 또 다른 주민은 “우성농역측이 건물을 철거하며 아파트를 지으려고 할 때는 가만있다가 왜 지금 와서 ‘뒷북’을 치느냐”고 가세했다.
축산물 도매시장 예정지 주변에는 현대, 삼성, 세림, 미성아파트 등과 재건축예정지까지 합쳐 수천가구가 밀집해 있어 주민들의 반발은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우성농역 및 성동구의 입장〓우성농역의 한 관계자는 “도매시장에 대한 서울시와의 5년단위 계약이 지난달로 끝나 사실상 폐업 상태”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까지 받은 아파트 건축사업을 서울시가 도시계획으로 묶어두려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라고 반발했다.
관할 성동구도 “구청 및 시의 건축심의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방침〓서울시 관계자는 “(우성농역측이)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무부서와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건물을 철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따라서 성동구가 내준 아파트 건축허가도 무효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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