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간 도자기 빚기에 전념해 온 분청사기의 거장 토암 서타원(土岩 徐他元·57)선생이 2002년 월드컵과 부산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을 비는 뜻에서 테라코타인 토우(土偶) 2002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두 국제대회 참가국들을 상징적으로 잘 나타내는 표정으로 제작될 토우들은 귀가 없으면서 웃음을 머금은 채 제각각의 모습을 지닌 것이 특징.
서씨는 올 초부터 작업에 들어가 현재 500여 점을 만들었다. 이 토우는 2002년 5월까지 완성돼 서씨의 작업장이 있는 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 봉대산 중턱 토암공원 2000여평에 ‘테라코타의 합창’이란 주제로 설치된다. 각 작품에는 두 대회 참가국들의 전통의상을 입히고 국기도 붙인다.
그는 97년 위암으로 대수술을 받은 뒤 원기를 회복한 지난해말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보자’며 도공(陶工)으로서 뜻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 일.
“이 작업이 끝나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는 흙과 함께 한 도공의 인생을 후세에 남긴다는 자세로 이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귀 없는 토우를 만드는 것은 투병생활 중 쓴 ‘입만 벌리면 거짓말,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는 시구처럼 남의 말을 듣지 말고 텅빈 마음으로 진실을 노래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높이 40∼50㎝, 폭 10∼20㎝의 토우 1개를 만들기 위해 그는 오전 5시에 일어나 봉대산을 오르면서 작품구상을 한다. 하루 20㎏의 흙으로 3∼5개의 토우를 빚는다.
서씨는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천진난만한 토우를 만들지 못한다”며 “두 대회 참가선수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명소를 만드는데 혼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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