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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전자종이 신문, 책 뒤바꿀듯

입력 | 2001-05-09 18:56:00


“2018년 뉴욕타임스는 마지막호 종이 신문을 발행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뉴욕에서 열린 ‘e―북 월드’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개발 담당 부회장 딕 브래스는 이렇게 예언했다.

개발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전자종이가 앞으로 몇 년 내에 책 신문 잡지 등 기존의 인쇄 매체를 대체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종이(e―paper)는 모양과 촉감이 종이와 같아 두루마기처럼 들고 다닐 수 있으면서도 수백만번 지웠다 썼다를 반복할 수 있는 혁명적 기술이다.

미국학술원회보(PNAS) 최근호는 벨연구소와 E잉크사로 구성된 전자종이 개발팀이 두께 0.5 mm도 안되는 얇고 유연한 플래스틱 트랜지스터에 색깔이 흑백으로 변하는 전자잉크를 넣어 전자종이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표지 기사로 보도했다.

이번에 개발된 전자종이는 해상도가 낮아 아직은 큰 글씨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벨연구소의 연구책임자인 피에르 윌치우스는 3∼5년 안에 인치당 100도트의 해상도를 갖는 전자종이를 개발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책이나 신문을 전자종이에 내려받아 읽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전자종이로 만든 책은 어떤 모습일까? 매사추세츠공대가 발간하는 ‘테크놀로지 리뷰’ 3월호는 전자종이로 만든 책도 지금의 책처럼 수백장의 종이를 묶어놓은 똑같은 모양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하지만 종이를 묶은 책 모서리 부분에 전자회로, 무선데이터포트, 메모리, 전자연필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이 인터넷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책은 수천권 분량. 사용자가 전자연필로 ‘찰스 다윈’을 쓰면 ‘종의 기원’ ‘비글호의 항해’ 등 책 제목이 나오고, 다시 책제목을 누르면 순식간에 책 내용이 수백장의 전자종이에 인쇄된다.

전자종이가 만든 미래 신문의 모습은 IBM의 전략 디자인팀장인 로버트 스타인버그러가 이미 디자인까지 해 놓은 상태이다.

이 신문은 기존의 신문보다 약간 얇은 16페이지의 전자종이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은 신문의 한 모서리에 배터리와 수백개의 신문을 담을 만큼 큰 메모리, 유무선 데이터 포트, 그리고 버튼이 달려 있다. 버튼을 누르면 경제섹션이 스포츠섹션으로 바뀌고, 여러 신문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전자종이로 만든 책과 신문의 등장은 지난 500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인쇄문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70년대에 전자잉크를 처음 개발한 제록스 팔로알토연구센터의 닉 셰리돈은 “신문이나 책을 발행하는 데 종이값, 인쇄비, 유통비가 들지 않아 책값이 대폭 싸지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의 도서관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따라 출판사는 사라지고 책 판매 수익의 대부분을 저자와 편집자가 갖게 될 것이다”고 내다보았다.

전자종이는 기존의 브라운관이나 LCD 화면보다 여러 점에서 월등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LCD는 빛을 내기 때문에 눈이 부시고 명암 대조가 뚜렷하지 않으며 정면에서 바라보아야 잘 보인다.

반면 전자종이는 정말 종이 위의 글자를 보는 것과 똑같아, 명암 대조가 훨씬 뚜렷하고 방향을 타지 않으며 눈의 피로가 거의 없다. 또한 전자종이는 정말 종이처럼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고, 전기 소모가 LCD의 1천분의 1에 불과하다.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