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여성들의 보금자리인 '두레방' 없는 세상을 꿈꾸는 두레방 사람들의 작은 잔치가 열렸다.
두레방은 지난 1986년부터 경기도 동두천시·의정부시 미군부대내에서 매매춘 여성들의 쉼터 역할을 해온 곳으로 이곳 여성들에게 의료·생계문제를 상담해 줄 뿐아니라 영어·공예 등을 가르치고 있다.
김경순作 김영경作 채미화作
'마음의 꿈틀거림이 보이는 그림'을 주제로 기지촌 여성들이 그린 작품들
두레방이 올해로 꼭 15주년을 맞아 기지촌 여성들의 삶이야기를 담은 '두레방 이야기'를 펴내고 8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한국기독교회관 소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 책은 =강간당하고 결국 기지촌으로 오게된 명자씨, 미군에게 버림받은 수연씨, 고아로 자라 기지촌 생활을 하게된 순녀씨 등 수많은 기지촌 여성들이 겪은 삶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들이 두레방을 통해 희망을 찾게된 사연들을 담고 있다.
"십수년전 흑인미군 아이를 낳은 기지촌 여성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 여성이 새로산 포대기로 아이를 감싸 업고 두레방에 나왔습니다. 저는 그 포대기를 8000원 주고 산걸 알고 좀 깎아서 사지 그랬느냐고 타박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은 이 포대기를 한땀한땀 바느질해 만든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 값을 깎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때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제가 이 여성들에게서 오히려 배우고 있구나 하는 감동이었습니다."
이날 출판기념회장에서 만난 문혜림 두레방 초대원장은 이같이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원장은 "처음에 두레방이 생겼을 때 많은 기지촌 여성들은 우리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불신으로 가득차 있었죠. 그러나 저희가 상담을 해주고 영어를 가르쳐주는 등 노력하자 그때부터 기지촌 여성들은 마음을 하나 둘씩 열면서 두레방 안에 터를 만들고 공동체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어렵게 걸어온 길인 만큼 15주년을 맞아 책까지 펴내게 된데 감회가 남다른 문원장이었다.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 눈을 지긋이 내리감고 잠시 숨을 들이마신 다음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유영님 2대 원장 역시 그 감회가 깊은듯 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수유한신교회 장빈 목사는 "이 책은 이들 원장님들을 비롯, 두레방에서 기지촌 여성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담고 있다"며 "두레방은 앞으로도 기지촌 여성들이 희망을 찾는 곳으로서 제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판기념 케이크의 촛불을 끄는 두레방 사람들
이날 행사장 한켠에는 두레방을 통해 희망을 찾은 기지촌 여성 3명이 그린 미술 작품 30여점이 전시돼 있었다. 두레방에서 미술지도를 받았다는 이들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훌륭하다"며 입을 모았다.
행사내내 함께했던 두레방 소희선 운영위원장은 "비록 오늘 행사가 두레방의 15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지만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더 이상 미군에게 몸을 팔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와서 두레방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