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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남자바지도 '패션 파괴'

입력 | 2001-05-10 19:09:00


◇벨트대신 끈…밑단에 고무줄…몸에 달라 붙는 시거렛 팬츠…

‘남자바지’도 달라진다. 면바지 아니면 정장바지. 남성용의 경우 기껏해야 ‘일자’로 된 바지 허리춤에 주름이 한 개인지 두개인지, 허리선과 가랑이 사이가 긴지 짧은지, 바지 통이 밑으로 갈수록 좁아지는지 정도를 구분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디자인적 특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던 남성바지에 대한 ‘고정관념’이 올해 들어 파괴되고 있다.

바지길이가 다양화돼 여성들처럼 7분, 9분 바지를 즐겨 입는 젊은 남성들이 늘어난 것이 첫 번째. 무릎길이 정도였던 종전의 반바지 마저 무릎 위로 13∼15㎝ 정도 올라간 디자인이 선보일 정도다.

패션전문가들은 일본 최대의 패션브랜드 ‘유니클로(Uniqlo)’가 지난해 출시한 ‘발목길이 면바지’가 일본 내 젊은 회사원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사실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유니클로 홍보과 아우노 데라노부(33)는 “요즘 일본 매장에서는 동일한 디자인이더라도 길이에 따라 최소 4, 5종류의 바지가 선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타일과 소재도 변했다. 몸에 꼭 달라붙는 ‘시거렛팬츠’, 병원의 환자복장에서 모티브를 딴 ‘고무줄 바지’도 있다. 벨트 대신 면 소재로 된 끈으로 길이를 조절하고 바지 단에는 고무줄을 넣은 스타일.

주머니가 밖으로 나오거나 옆에 달려 있는 것도 지난 해 보세물품 시장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브랜드 제품이 나왔다. 사이클 선수들이 입을 정도의 짧은 스판덱스 소재로 된 반바지 역시 ‘다리에 자신 있는 남성’들에게 인기다.

굽 높은 샌들이나 슬리퍼, 체크무늬 패션 양말 등까지 ‘부속 코디’의 하나로 등장하며 ‘유니 섹스’ 모드가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디자이너 박항치씨는 “하체가 길어지고 가늘어진 젊은이들이 ‘남성적인 각선미’를 나타내 보이고 싶어하는 추세가 ‘다양한 바지’의 시장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유럽에서나 인기 있던 오렌지 체크무늬 등 화려한 색상의 바지가 유행을 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