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대학가 뿐 아니라 전국으로 이색적인 시위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80년대의 거리 선전전이나, 점거, 삭발식 및 강경투쟁 등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대학가를 선두로 호기심과 관심을 유도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다양한 시위방법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다양해진 시위문화를 유형별로 보자.
▼동물농장형▼
지난해 부산 동의대를 시작으로 한 현물납부는 올 봄 등록금인상저지에 대한 투쟁을 벌이는 한 시위방법으로 부각됐다. 인상된 등록금을 현물로 납부하면서 각 대학의 행정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경희대도 현물납부는 아니었지만, 돼지 등 가축의 목에 구호들을 걸고 학생들과 함께 즐겁게(?) 투쟁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건국대의 경우 닭 19마리를 등록금 대신 현물로 납부해, '닭 19마리 정히 인수함'이란 확인증을 받았다.
부경대의 개, 오리, 닭 등 현물납부 투쟁의 시발로 전국 대학에서는 현찰대신 가축과 중고 가전제품 등을 본관에 납부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등록금 현물납부는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몰라라하는 대학생들의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학생들의 관심을 끌면서, 자신들의 요구들을 외치는 학생회의 이번 동물농장 시위는 앞으로 등록금 투쟁에서 빠지지 않는 하나의 문화가 될 것이다.
▼짤짤이형▼
경희대에서 한 학기 등록금을 10원 짜리 동전으로 납부해 화제가 됐다. 동전납부는 현물납부와 함께 올해 많은 학교에서 진행한 시위문화이다.
고려대는 올해 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액수와 상관없이 100원, 500원 등 동전을 모아 등록금 인상 반대 광고비로 쓰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이색시위를 진행했다.
서강대에서는 500원을 내고 구입한 벽돌에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등록금 투쟁의 뜻을 담은 탑을 쌓았고, 건국대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총장실에 10원 짜리 동전을 던지기도 했다.
▼나홀로형▼
박정희 기념관 반대 1인 시위, 매향리 폭격장 폐쇄를 위한 전만규 1인 시위 등 나홀로 시위도 요즘 떠오르는(?) 이색적인 시위문화.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집시법의 빈틈을 파고든 1인 시위가 변화된 시위문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아직 대학가에서는 보기가 힘들지만,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서울시립대 '호랑이 걸음'투쟁이 대표적이다. 학교측의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학생회관 앞에서 시청까지 9km 거리를 3일 동안 두 손 두발로 엎드려 걸었다.
또한 이번 대우자동차시위에서도 노동자들이 부평자동차 공장 앞에서 노동자들의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아무 말 없이 피켓 하나만을 들고 서있는 시위에서, 전신의 몸을 바치면서 홀로 시위하는 '호랑이 걸음'투쟁까지….
이제 나홀로 누드시위만 남았나?
▼워터월드형▼
갈 데 없는 학생들, 갈 곳은 물 속뿐. 학생들이 물로 뛰어들었다.
얼마전 건국대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반대'를 요구하며 이 대학 호수 일감호에서 수중시위를 벌였다. 일감호 내의 섬을 점거하고 뗏목을 타고 돌면서 계속적인 시위를 벌였다.
▼따르릉형▼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닌다. 특히 대학생들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왕따(?)가 되는 세상이다. 이제는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전화로 시위문화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이화여대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휴대전화 폭격'시위를 했다. 총장실, 학생처, 교육부 등에 일시에 전화를 걸어 항의표시를 하고, 업무를 마비시키는 시위방법이다. 또한 휴대전화 문자시위도 무시할 수 없다. 한꺼번에 많은 휴대전화 문자 메세지를 보내면서 시위하는 방법이다.
▼사이버월드형▼
일본의 역사왜곡에 반대하는 한국 네티즌들의 사이버시위로 지난 3월 31일 문부과학성, 자민당, 추쿠루카이, 산케이신문, 홋카이도의회의 서버가 수십 차례 다운되거나 접속 장애를 보였다.
이날 오전 9시와 낮 12시쯤에는 일부 사이트가 다운된 뒤 얼마 후 홈페이지의 기능이 복원됐으나 오후 3시, 6시, 9시에는 네티즌들의 접속빈도가 많아지면서 문부성 등 시위 대상 홈페이지 대부분이 수시로 접속장애를 보였다
이와 더불어 대학의 게시판, 이메일도 이색시위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이전에 편지로 각 학생들에게 보내는 방법에서 이제는 학생들의 이메일로 투쟁의 내용들을 보내고 있다. 각 대학에서는 점점 인터넷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학생회 사업을 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외에 많은 시위문화들이 변화됐다. 과거 점거농성, 삭발투쟁, 단식농성, 아침 선전전, 선전물 나눠주기, 플래카드 걸기, 강의실 방문 등의 시위문화들은 이제 시위, 운동에 냉담해하는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추억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시위문화는 바뀌어야한다. 과거의 시위문화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가 바뀌고 학생들이 바뀌었다.
학생들의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대학가 시위문화에 대해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앞으로 위에서 제시한 유형들 이외 퍼포먼스나 시위캐릭터 제작, 구호 만들기 대회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형태의 시위문화가 등장할지 기대해 본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새로운 시위형태가 단지 재미로만 참여하는 단발 이벤트성 시위로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유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