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에도 사이버 바람이 불고 있다. 많은 독일 대학이 인터넷으로 강좌를 개설하고, 교수들은 학생들과 전자우편을 주고받고 채팅을 한다.
마크 씨는 유명한 프로그래머이자 생명공학 분야 소프트웨어 개발가로 일하고 있다. 올해 34세인 이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는 비록 높은 보수와 안정적인 일자리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지만 더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늘 떠나지 않았다.
이제 그는 몇 번의 마우스 조작으로 자신이 다니는 대학의 사이버 강의실에 들어설 수 있다. 사이버 도서관에서는 지능적인 검색 엔진이 새로이 발행된 잡지 검색을 도와준다. 사이버 대학의 매점에서 학생들은 지난 학기 시험문제를 내려 받을 수 있다. 마크 씨는 독일 하겐 대학(Fernuniversitaet Hagen)이 제공하는 정보통신학과에 다니는 1000여명의 사이버 대학생 중 한 명이다.
수업은 하겐 대학이 1996년부터 개발하고 있는 '사이버 대학 강의실'(Lernraum Virtuelle Uni)에서 온라인 상으로 이루어진다. 사이버 대학에서의 수업과 강의는 현재 독일 교육계의 가장 흥미로운 실험 중 하나이다. 디지털 혁명은 엄청난 속도와 파장으로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독일 대학의 재래식 수업방식과 강의 내용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한때 상아탑으로 불리던 독일 대학은 현재 멀티미디어와 인터액티브 커뮤니케이션, 상시적 데이터 교환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이제 교수들은 연구소가 제공하는 성능 좋은 인터넷 서버를 통해 뉴스그룹과 대화방에서 좀 더 자주 학생들을 만난다. 많은 학생들이 과제물과 논문을 전자메일을 통해 제출하고 보충설명과 함께 역시 전자우편을 통해 돌려 받는다.
이런 사이버 강의를 통해 강의에 참석할 시간과 기회가 없고 도서관을 찾아다닐 여건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대학 수업에의 참여기회가 다시 한번 제공된다.
예를 들어 현재 직장에 다니면서 추가적으로 경력을 쌓으려는 전문인력들이 이런 사이버 대학의 주요 고객이 된다. 이들은 종종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이기에 대학도 학생들로부터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대학은 사이버 강의 참가자들로부터 거둔 수업료로 멀티미디어 강의를 위한 비용을 충당하거나 인터넷 기술분야에 재투자한다. 이렇게 사이버 대학은 비즈니스와 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에듀 비즈니스(Edu-Business)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학문적 순수성에 관한 전통 때문에 비록 교육분야에서 상업적 고려를 결부시키기가 어렵긴 하지만 독일의 사이버 대학들도 상업화와 교육의 기회를 결합시킨 이런 에듀비지니스의 일반적인 경향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독일 '대학발전연구소(CHE)' 데트레프 뮐러 뵐링 소장은 독일 대학이 처한 상황을 "E-Business냐 죽느냐(To E or not to be)"라고 표현한다.
현재 독일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사이버 대학은 실제적인 운영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인터넷을 통해 교수와 학생들간의 의사소통을 위한 자리를 만든다. 강의를 위한 자료들은 시디롬으로 전달되고, 학생들은 이런 자료를 텍스트로 전달받을 뿐만 아니라 그래픽이나 동영상, 음향 처리된 강의나 음악 화일 등으로 전달받기도 한다.
따라서 자료전송을 빠른 속도와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방식이 중요하다. 독일의 하겐 대학은 사이버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특별요금으로 보다 빠른 디지털 접속망을 제공한다.
현재 독일 내에서 운영되는 사이버 대학의 주요 고객은 고등학교(Gymnasium) 졸업 예정자가 아니라 이미 일정 정도 대학교육을 받은 성인 층이다. 젊은이들은 종종 기존 대학에서만 얻을 수 있는 '울타리 정서'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사이버 대학에는 이런 학생들 간의 동질감과 가족적 분위기는 부족하다. 하지만 성인들은 사이버 강의실에 나타나는 거리감과 소원함을 잘 극복하고 있다.
사이버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은 참가자 스스로가 강의 내용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의 시간뿐만 아니라 수업량도 스스로가 조절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사이버 대학의 학생들은 주당 8시간에서 15시간을 사이버 강좌에 할애한다. 하지만 이런 시간의 대부분은 인터넷 서핑이나 채팅에 소요되는 것이 아니라 기성 대학에서 처럼 책과 자료를 읽고 과제물 작성으로 머리를 싸매는 일에 드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강좌를 제공하는 사이버 대학들에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일들이 여전히 많다. 예를 들어 시험을 위해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직접 강의실에 참석해야 하고, 학사일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은 학생과 담당자들의 직접적인 대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생들간에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서 발생하는 우호관계와 연대감 즉, '울타리 정서'가 없다면 사이버 대학이 제공하는 이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학술교류의 장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유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