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토이'의 유희열을 만났다. 5집 '페르메타' 출시를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로 찾아온 그의 얼굴은 다소 야위어 있었다.
2년간의 음악적인 고민을 하느라? 아니면 그의 노래의 주요 소재로 등장했던 사랑의 아픔을 감내하느라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일까? 유희열은 "두 가지 모두가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취향과 자신만의 음악 세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터이고 직접 노랫말을 쓰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자신의 아픈 추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고통스러웠음은 짐작이 가는 부분이었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강행군을 하느라 다소 지친 모습의 그였지만 큰 일을 마무리했다는 안도감 같은 기색도 스쳤다.
"벌써 음반을 6장(소품집 포함)이나 냈네요. 다양한 색깔의 음반 재킷을 보면 뿌듯함이 느껴져요. 숙제를 끝냈으니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유희열은 이미 확실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대학에 복학해 음악 이론 공부도 해야하고 다른 가수들의 음악을 만들면서 실전 감각을 더욱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강렬한 하드코어나 신나는 댄스곡에서도 배울 게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음악성을 따지기 이전에 내가 만약 이 멜로디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해요. 이제는 거의 모든 악상이 다 나와있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무엇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장르의 음악이건 자신의 개성에 맞게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 이별, 가족이란 주제를 감미로운 발라드에서 강한 비트의 사운드로 변화시켜가며 '공감의 공간'을 제공해온 그가 새로운 시도를 꿈꾸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서 '장사가 안된다'는 연주곡을 음반마다 고집스럽게 수록했던 유희열은 인터뷰 내내 영화 음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올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받은 을 염두에 둔 듯 "아마 201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이런 발표가 나올지도 몰라요. '영예의 음악상은 영화 의 유희열!'이라구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18곡을 담은 5집에 미처 수록치 않은 7곡과 연주곡을 묶은 2장 짜리 음반을 올해 안에 발표할 생각이라는 유희열은 사진에도 미쳐있다.
인터뷰 말미에 "단순히 눈에 비치는 사물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매력을 느낀다"는 그는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언젠가 유희열이 바라본 사진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 호평 받았겠다 대중적인 흥행도 얻고 있겠다 이 정도의 성공이면 자만에 빠질만도 한데 그는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은 채 꾸준히 토이 만의 세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황태훈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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