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르포기자인 올해 서른세 살의 이자벨 모리오는 얼마전프랑스파리15구의네케르 아동병원에서 딸을 출산했다. 산모가 있는 병실을 돌며 출생신고를 대행해주는 구청직원에게 그녀는 자신이 미혼모임을 밝히고 자신의 성을 붙여 딸의 출생신고를 했다.
그녀는 “임신은 사고였다”며 출산을 빌미로 아기 아빠인 남자친구에게 결혼을 요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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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혼외 임신 출산의 경우 정상부부보다 훨씬 많은 가족 수당을 받게 되는 등 혜택이 많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도 없다. 프랑스 여성의 53%가 법적으로 미혼인 상태에서 첫 아이를 출산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가구와 주방용품이 갖춰진 스튜디오에 4년째 혼자 살고 있는 모리오씨는 동료 기자와 한때 동거한 적도 있으나 가장 노릇을 하려 드는 남자의 태도에 환멸을 느껴 독신을 선택했다.
30대 중반 프랑스 여성의 30%가 모리오씨처럼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 및 경제연구소(INSEE)가 최근 발표한 99년 인구통계 조사에 따르면 대도시의 경우 62년만 하더라도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독신가구였으나 지난해는 세 가구 중 한 가구꼴로 독신가구가 늘어났다. 독신가구의 증가로 원룸 형태의 스튜디오가 98년에 비해 17%나 늘어났으며 아파트도 소형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나홀로족은 영국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의 특징이었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지중해 연안의 가톨릭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가정생활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불어온 개인주의적 신경제와 인터넷 혁명, 여성 취업인구의 급증에 힘입어 프랑스에도 나홀로족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의 독신자가 20대 전문직 남성이나 배우자와 사별한 할머니였다면 새로 독신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사람들은 30, 40대 전문직 고소득자, 특히 여성이 많다. 프랑스의 여성 전문직 종사자 5명 중 1명이 혼자 산다는 통계도 있다.
혼자만의 공간을 원하는 독신자들 때문에 파리를 비롯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는 집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요리 강국 프랑스에서 냉동가공식품 전문 슈퍼체인인 피카르가 번창하는 이유는 바로 독신인구의 증가. 800㏄짜리 미니자동차 스마트가 선도하는 2인승 소형자동차와 휴대전화 및 인터넷 관련 제품 시장도 독신자들 덕분에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clai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