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를 보면 변하고 싶어진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처법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변화 과정속의 인간 이기심
최근 서점가에 치즈 열풍이 대단하다. 화제의 두 책은 스펜서 존스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사)와 이 작품을 패러디한 메이슨 브라운의 ‘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21세기북스).
‘…옮겼을까’는 지난해 3월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이래 75만 부가 나갔다. 이 책의 열기는 한국 뿐 아니다. 미국에서는 98년 출간이래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 정상을 달리고 있다. 일본에서도 170만 부 이상 팔렸다.
이를 패러디한 책 ‘…잘랐을까’의 인기도 높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이 책의 국내 발행부수는 5만 부. ‘…옮겼을까’에 비할 순 없지만 만만치 않은 기록이다.
이 두 권의 책은 두 명의 꼬마인간과 두 마리의 생쥐가 치즈를 찾아낸 상황과 그 치즈가 줄어들고 없어지는 상황의 변화에 각각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주는 우화.
이 책들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요즘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이 책을 많이 읽는다. 어느 기업체는 ‘…옮겼을까’와 ‘…잘랐을까’를 비교한 교육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그 비교는 상당히 흥미롭다. 두 책 모두 변화의 당위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옮겼을까’는 상황은 늘 변하는 것이며, 그 변화를 예상해 신속히 대처해야 하고, 또 변화 자체의 모험도 즐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변화의 본질적인 모습과 변화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 말한다.
‘… 잘랐을까’는 ‘…옮겼을까’의 시각을 풍자한다. 변화해야 하지만 모든 변화가 긍정적이고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인간과 두 마리의 생쥐가 치즈를 발견했을 때, ‘…옮겼을까’에선 일단 그 치즈를 공유하지만, ‘…잘랐을까’에서는 쥐와 인간이 서로 더 많이 얻기 위해 싸우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잘랐을까’엔 변화 앞에서 사람은 충분히 이기적일 수 있다는 등의 메시지가 추가된다.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토대로 똑같은 배경, 똑같은 유형의 등장인물이지만 그 해석 방식은 이처럼 다르다.
그래서인지 두 책을 함께 읽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옮겼을까’를 먼저 읽고 ‘…잘랐을까’를 읽는 것이다. 둘을 비교하는 재미, 그것을 통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를 얻겠다는 의도다.
얼마 전에는 ‘…옮겼을까’를 패러디한 또 다른 책 ‘치즈 내 것 만들기’(북@북스)도 번역되어 나왔다. 출판가의 치즈 열기에 3강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지도 주목거리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