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그룹 ‘H.O.T.’가 해체된다.
‘H.O.T.’의 다섯 멤버 중 토니 안(본명 안승호)과 장우혁, 이재원은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대표 이수만)와 계약이 만료돼 11일 예전미디어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며 “앞으로 ‘H.O.T.’의 이름으로는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H.O.T는 96년 9월 데뷔 이후 4년여만에 사실상 해체됐다.
나머지 멤버인 문희준과 강타는 내년초까지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돼 있으며 두 사람은 솔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장우혁 등은 연내 새로운 그룹으로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다. 예전미디어측은 계약금에 대해 함구했으나 3명의 전속금 10억여원과 일정 퍼센트의 로열티를 주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결별을 선언하게 된 것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섭섭한 감정과 더불어 각자의 진로에 대한 고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96년 10대때 데뷔한 ‘H.O.T.’는 멤버들의 나이가 20대에 접어들어 ‘보이 그룹’으로써 생명이 다해가자 발전적으로 해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전부터 나돌았다. 특히 문희준과 강타가 솔로 음반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머지 멤버들이 결별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됐다.
‘H.O.T.’는 ‘전사의 후예’로 데뷔한 뒤 ‘열맞춰’ ‘아웃사이드 캐슬’ 등 히트곡을 내놓으며 4년여동안 정상에 군림한 슈퍼 스타다. 서태지가 90년대 신세대 의지를 집약적으로 표현했다면 ‘H.O.T.’는 서태지가 일궈놓은 신세대 음반 시장을 치밀한 기획과 아이디어로 석권한 그룹이다.
SM이 멤버들의 결별이후 ‘H.O.T.’의 이름을 고수할 지는 미지수다. SM측은 “이름에 대한 권리(상표권)를 갖고 있으나 이제부터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 장우혁 등은 “우리는 이제 ‘H.O.T’가 아니며 이름이 다른 그룹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H.O.T.’해체는 국내 댄스 음악계는 물론 SM의 주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예전미디어의 지주회사인 로커스 홀딩스는 영화 의 제작사이자 ‘god’의 소속사인 사이더스도 거느리고 있어 앞으로 국내 연예계에서 로커스 홀딩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H.O.T.’의 해체에 대해 ‘반대 시위’를 벌일만큼 예민했던 팬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장우혁은 “팬들의 반대로 결별을 고민했으나 우리의 결정은 각자를 위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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