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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효성 섬유연구소 박우양 책임연구원

입력 | 2001-05-13 18:53:00


97년도에 엄청난 실패를 경험했다. 대구의 한 협력업체와 함께 원단에 새로운 염료를 적용하기 위해 1년 동안 노력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된 것이다. 직장 상사가 질책까지 해 참으로 죽을 맛이었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해내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내가 개발한 새로운 염색기술과 염료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시작했다. 1년만에 결국 성공하고야 말았다.

D사는 경쟁사보다 훨씬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게 됐으며 나일론 기술을 진일보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많은 거래업체들이 효성이 권하는 염료와 염색기술을 채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신제품 개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섬유의 기초’인 염색가공기술은 아직도 선진국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특히 나일론 염색가공기술은 수준이 크게 떨어진다. 산업계 전반적인 협력없이 일부 염가공업체가 기술을 개발해 자신만의 노하우로 간직해온 관행 때문이다.

나는 이런 점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나일론 염색에 관한 체계적 매뉴얼을 준비중이다. 어떤 싸움판이든 제대로 된 무기가 갖춰져야 싸움의 기교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까지 나일론 염색가공 업계가 참고로 할 만한 자료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껏해야 원론만 있는 교과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해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은 제공하지 못했다. 체계적으로 기술을 습득하지 못해 ‘직감’에 의존하는 염색가공업체로서는 안타까운 노릇이다.

드디어 염색가공 매뉴얼이 이달 중순쯤 세상에 나온다.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뿌듯하다. 나일론 염색을 처음 시작하려는 업체나 개인, 이미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론적 평가자료가 필요했던 업체들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이제 당분간 나의 중요한 의무는 이 매뉴얼을 업데이트하고 선진기술의 구체적 사례까지 모아서 담아내는 것이다. 나는 연구원으로서 이 일에 참으로 욕심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