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추진해 온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논란이 많다. 논란의 요지는 2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를 감안해 매듭지을 것은 매듭짓고, 중단할 것은 중단하고, 다음 정부에 넘길 것은 넘겨야 하지 않느냐는 것. 그 바탕엔 현 정부가 능력에 부치게 ‘백화점식 개혁’을 추진해 왔다는 비판도 깔려 있다.
개혁정책 우선순위 여야 및 정부 입장 비교
정책 또는 법안
한나라당
정부·민주당
자민련
국가보안법
개정은 시기상조, 소장파는 개정론
일부조항 개정 추진
북한 변화 전엔 개정 불가
부패방지법
상설특검제 도입
특검 상설화 반대
특검 상설화 반대
돈세탁방지법
FIU에 계좌추적권 부여 반대
FIU에 계좌추적권 부여 필요
FIU에 계좌추적권 부여 필요
민주유공자예우법
국가유공자와 형평성 맞춰야
5·18민주화유공자부터 실시
국가유공자와 형평성 맞춰야
재벌출자총액제한
궁극적으로 폐지, 단계적으로 완화
기본틀 유지해야
기업 애로 고려해 개선 검토해야
30대그룹 지정제
완화해야
지속해야
개선 신중히 검토
모성보호법
재정 마련하고 개정해 즉시시행
출산휴가만이라도
연장토록 개정
일부 개정하되 재정대책 마련해야
재정건전화법
보증채무도 국가채무 대상에 포함
직접채무만 대상으로 해야
직접채무만 대상으로 해야
의약분업
원점에서 재검토
기본골격 유지
재정대책 등 보완
사립학교법 개정
개정하되 부작용 없도록
민주적 운영 위해 개정 필요(당)
사학이념 해치는 개정 반대
▼여야 움직임▼
개혁수습론으로 내홍을 겪었던 여권은 최근 ‘개혁은 계속 추진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핵심적인 개혁주체세력이 없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동교동계의 한 의원은 “YS 때보다도 개혁주체세력이 약하므로,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드는 것부터 개혁했어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며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수(李相洙) 원내총무 또한 “이번 주부터 각종 개혁법안들을 점검해볼 것”이라며 “전 과목을 다 붙들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추진할 것은 추진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련 역시 개혁정책 점검에 나선 상태. 원철희(元喆喜)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개혁정책 중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등 자민련의 정체성 문제와 관련 있는 것들은 (개정을) 막되, 민생개혁 대안들은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향후 해당 상임위별로 정부 여당이 추진해야 할 것과 중단해야 할 것을 가려 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요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의약분업특위, 남북관계대책특위, 언론장악저지특위, 서민경제특위 등 특화시킨 위원회를 통해 대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경제분야▼
여야 모두 4대 부문 개혁은 중단 없는 전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분야로 정부와 민주당은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공공부문개혁을 꼽고 있고, 한나라당도 “공공개혁은 좀 더 가속화해야 한다”고 동의하고 있다.
여야는 또 재정건전화법 예산회계법 기금관리기본법 등 이른바 ‘재정 3법’도 6월 국회에서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출자총액제한, 30대 그룹 지정제 등 재벌 개혁 문제에 대한 여야의 시각은 크게 엇갈린다.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정책위의장은 “출자총액제한을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등 재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은 “기업의 건전성과 투명성 확보가 먼저인데 한나라당이 재벌에 대한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외교·안보·통일분야▼
민주당은 가능하다면 국가보안법 개정을 조기에 처리하고 싶어하나, 한나라당은 “북한의 노동당 규약이 개정되기 전에는 보안법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민련은 아예 “한 글자도 못 고친다”고 버티고 있다.
▼정치개혁분야▼
여야 모두 정치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는 찬성한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의원들은 한결같이 “선거가 없는 해에 손을 보면 (정치개혁법안을) 제대로 고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여야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어서인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은 상태.
이에 시민단체들은 중앙선관위가 9일 국회에 제출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시안삼아 국회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기국회를 넘기면 정치권에 더 이상 정치관계법 개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금세탁방지법과 민주유공자예우법은 6월 임시국회 처리가 기대되는 분야. 자금세탁방지법은 이미 여야가 합의에 이르렀던 법안이며, 민주화유공자예우법도 여야 협상이 가능한 상태이다.
▼사회문화▼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5월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여야가 국가보건체계의 확립이라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국민여론과 이해 당사자, 정책당국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교육개혁의 일환인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는 여야간 합의는 물론 여여간 공조조차 불투명한 상황.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 민주당 개정안이라도 국회에 제출, 가부간 마무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새만금사업의 경우 여당은 환경을 고려한 지속개발을, 야당은 환경 문제를 고려한 신중한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