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송 프로그램이 히트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적어도 시청률이 25%는 넘어야 했다. 인기 스타를 영입하거나 대대적인 물량 투입을 한 드라마라면 평균 시청률이 30% 대는 돼야 '본전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시청률 순위를 보면 이제는 '인기 프로그램'의 기준선이 시청률 17%대로 대폭 하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 지난 주 TNS미디어코리아가 조사한 시청률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오른 프로그램중 1위 , 2위 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청률 30%를 넘지 못했다. 특히 3위인 의 시청률이 22.9%로 2위와 8.6%의 큰 격차를 보였고, 7위 이하는 20% 선도 넘지 못했다.
보통 여름철 휴가가 시작되는 7·8월이나 추석, 설 때 시청률이 낮아지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4·5월부터 시청률이 낮아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지만 방송가 일부에서는 이런 추세가 정상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의 시청률이 지나치게 높은 인플레 현상을 보였다는 것.
실제로 이웃 일본의 경우 시청률 30%는 넘는 프로그램은 '빅 히트'라는 표현을 붙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드문 편이다. 얼마전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드라마 가 시청률 30%를 연속으로 넘은 것이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평가될 정도.
하지만 우리의 경우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는 50%도 넘을 때가 드물지 않다. 현재도 은 48.2%로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된 지난 주 시청률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10위에 오른 KBS1의 . MBC의 을 연상시키는 이 프로그램은 '후발주자'라는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17.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인대회의 문제점을 다룬 보도 등 시청자의 관심을 끌만한 아이템 선정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기스타의 카메오 출연 등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수목 드라마들은 여전히 기대 밖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시청률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SBS 의 21.1%, MBC 의 19.4%는 방송사로서는 그리 만족할만한 수치는 아니다.
파격적인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두 드라마의 '평범한 성적'은 스타로만 밀어붙여서는 입맛 까다로운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김재범 oldfield@donga.com
◆5월7일(월) - 5월13일(일) 프로그램 인기순위 10(전국 1,000가구)
순위
프로그램
시청률
점유율
1
대하사극-KBS1
48.2%
68.6%
2
대하사극-SBS
31.5%
48.9%
3
주말극장-SBS
22.9%
35.2%
4
일일극-KBS1
22.0%
38.3%
5
드라마스페셜-SBS
21.1%
33.7%
6
주말극-MBC
20.4%
35.3%
7
-KBS2
19.5%
35.0%
8
미니시리즈-MBC
19.4%
30.7%
9
-SBS
18.1%
41.7%
10
-KBS1
17.9%
29.0%
자료제공 TNS MEDIA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