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장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탁구공이 자주 깨지는 것 만큼 고통스런 일은 없을 것이다. 딱딱한 코르크나 라벨고무로만 만들어졌던 탁구 라켓에 부드럽고 탄력좋은 고무 스펀지가 붙게 된 것도 한 탁구장 주인의 이런 고민의 산물.
2차 세계 대전에 패한 뒤 경제재건에 한창이던 일본에서는 실내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탁구가 엄청난 붐을 이뤘고 동네마다 탁구장이 우후죽순으로 문을 열었다.
일본인 하라씨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탁구장을 열었던 사람중의 하나. 하지만 딱딱한 라켓으로 인해 부지기수로 깨져 나가는 공 때문에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운영난을 견딜 수 없었던 하라씨가 처음 시도한 것은 셀룰로이드로 만들어진 탁구공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 하지만 가벼움이 생명인 공을 두껍게 만들자 공이 무거워지고 탄성력도 떨어져 기교를 부릴 수 없는 등 탁구 특유의 재미가 사라지는 단점 때문에 포기하고 말았다.
머리를 싸맨 하라씨의 고민은 우연히 해결됐다. 커피를 마시다 놓친 잔이 방석위에 떨어지며 멀쩡했던 것. 순간 그는 “바로 이거야”며 무릎을 쳤고 당장 탁구라켓에서 코르크를 찢어낸 뒤 당시 도시락 보온용으로 사용되던 스펀지 고무를 적당히 압축시켜 라켓 표면에 붙인 새로운 라켓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일본이 50∼60년대 세계 탁구를 주름잡을 수 있었던 것도 하라씨가 발명한 새로운 탁구라켓 덕분이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