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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희망이다/독일편]발도로프 학교의 '전인교육'

입력 | 2001-05-14 18:37:00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학교 8학년 사라 로플러(14·여)는 요즘 수업시간에 나무로 빵 접시를 만들고 있다. 빵을 싫어하는 남동생을 위해서다. “동생이 좋아하는 코끼리 모양으로 만들 거예요. 접시에 빵을 담아 주면 맛있게 먹을걸요.” 사라처럼 발도르프 학교 아이들은 무엇이든 뚝딱뚝딱 잘 만든다. 8학년이 되면 나무로 숟가락 주걱 접시를 만들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스케이트보드 의자 탁자까지 만든다. 졸업할 때쯤이면 옷장 침대는 물론 기타 바이올린 등 악기를 제작해 연주할 정도가 된다. 가구제작 및 돌로 석상을 만들고 털실로 스웨터를 짜는 것이 수업의 절반을 차지한다. 학생들은 부지런한 목공이자 석공이고 대장장이면서 농부다. “아이들은 머리로만 배우지 않습니다. 손(hand), 가슴(heart), 머리(head) 등을 모두 동원한 ‘행위’를 통해 배우지요. 칸트는 손을 ‘밖으로 나온 인간의 뇌’라고 했습니다. 손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은 진실을 볼 수 없습니다.”(자유 발도르프 학교 국제연맹 발터 힐러 사무국장)》

▽사물이 가르친다〓가장 오래된 발도르프 학교인 슈투트가르트의 한 발도르프 학교. 학생들이 목공실에서 책장 의자 침대 등 가구를 설계한 뒤 나무를 잘라 못질을 하지 않고 맞물려 조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석공실에서는 돌덩이를 쪼아 공 같이 만들거나 사람의 머리를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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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돌덩이나 나무를 학생들의 ‘스승’이라고 설명했다. 재료에 대한 지식을 잘못 썼을 때 학생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그림과 맞지 않은 모습을 보임으로써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발도르프 학교는 책이나 교사를 통해 배운 지식을 체험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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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인〓9학년생 요하나 베이스(15)는 “가게가 없어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발도르프 학교 졸업생들은 남의 도움 없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남녀 모두 뜨개질과 바느질을 배운다. 학년이 올라가면 난이도를 높여 치마 저고리를 만들고 카펫도 짠다. 수북이 쌓인 양털로 실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천도 직접 만든다.

요리는 기본이며 3학년이 되면 학교 안 텃밭이나 농장에서 씨뿌리고 추수하고 탈곡하고 가루로 빻아 빵을 굽는 전 과정을 배운다. 아이들은 감자 토마토 보리 등을 재배하는 데 적당한 토양은 어떻고 퇴비는 언제 주어야 하는지를 몸으로 터득하게 된다. 책상이 삐걱거리거나 퓨즈가 끊어져도 사람을 부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한다.

‘모든 수업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발도르프 교육자들의 믿음이다.

▽수학도 예술적으로〓발도르프 학교는 교육을 ‘교육예술’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음악 미술 등 예술과목뿐만 아니라 국어 수학 물리 등 예술과 무관한 과목도 그림그리기, 노래부르기, 공작활동 등을 곁들여 예술적으로 배운다.

알파벳 ‘K’를 깨칠 때는 ‘K’로 시작되는 단어인 왕(king)을 K자 모양의 그림으로 그리고 ‘옛날 옛날에 어떤 왕이 살았는데…’하며 옛날 이야기를 한다. 라인강에 대해 배울 때는 발원지인 스위스의 풍경을 그리고 그 지역 사투리로 된 시를 읽고 민요를 부르고 연극도 한다.

수학 시간에도 손뼉치고 게임하고 노래하며 수의 개념을 배운다. 아이들에게 ‘5-3〓?’이라고 물으면 하품하지만 “장미 5송이가 있었는데 밤새 도둑이 3송이를 훔쳐갔다면 몇 송이가 남았지”라고 얘기를 꾸며 들려주면 아이들은 눈을 반짝거린다.

▽자연과 가깝게〓발도르프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면이나 마 등 천연섬유로 지은 옷만 입는다. 1학년 때부터 배우는 피리도 나무로 만든 것. 장난감도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 나무 나비 등 자연물만 허락된다. 4학년 때까지는 TV도 못 본다. 학교에서 TV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하면 부모를 불러 경고한다. 인공적인 모든 것들로부터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는다.

발도르프 교육은 학생들의 육체와 영혼이 그가 보고 만지고 듣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 모든 수업에 자연적인 재료들만 고집한다.

발도르프 학교에서 18년간 학생들을 가르쳐온 얀스 뮐러 교사는 “과학의 발달로 현대 사람들은 자연환경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감각적 인식 능력이 점차 퇴화되고 있다”며 “친환경적인 생활태도를 강조하며 80년 전 시작된 발도르프 교육이 오늘날 더 빛을 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