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 만약 부산영화제와 같은 관객인기상이 있다면 올해는 단연 ‘슈렉’(Shreck·드림웍스 제작)의 몫이 될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서 28년만에 칸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작품은 진지하기로 유명한 칸영화제 시사장에 엄청난 위력의 폭소탄을 터뜨렸다. 3D 애니메이션의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디즈니의 수많은 고전적 애니메이션을 비틀고 뒤집는 고감도 유머감각에 배꼽을 움켜쥐었다.
이 영화속 주인공들은 기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객의 통념을 사정없이 무너뜨린다.
주인공 슈렉은 늪지대에 사는 성미 고약하고 추악한 초록색 괴물이다. 그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 피오나를 구해내려는 것은 정의감이나 사랑 때문이 아니다. 순전히 자신의 고요한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이다.
피오나 역시 동화속 공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속으로 백마탄 왕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내숭덩어리에, 못하는 무술이 없고 못먹는 음식이 없는 엽기적 여자다.
그 둘과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귀족 파쿠아드경 역시 자존심만 높은 ‘숏다리’다. 게다가 공주와 결혼하면 왕이 될 수 있다는 속물적 욕심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파쿠아드의 성을 디즈니랜드로 묘사하는 등 ‘디즈니 때리기’로 더욱 화제가 됐다.
드림웍스의 공동대표로 애니메이션 부문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카젠버그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총괄하다가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회장에게 쫓겨나다시피한 뒤 디즈니의 아성을 무너뜨릴 기회를 절치부심하며 노려왔다.
카젠버그는 이에 대해 “작품 성격이 도전적일 뿐”이라며 “그 대상이 반드시 디즈니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는 답변으로 슬쩍 비켜갔다.
이 영화는 ‘매트릭스’와 ‘와호장룡’의 무술장면을 패러디하고 뮤지컬 노래로 매우 일상적인 노래를 쓰는 등 온갖 대중문화의 관습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슈렉’은 3D 애니메이션의 표현한계를 ‘토이스토리’의 인형이나 ‘개미’, ‘다이노소어’의 동물이 아닌 사람으로까지 확대시킨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카젠버그는 “이 영화에 사용된 기술수준은 3, 4년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내가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미래 세상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마이크 마이어스, 에디 머피, 카메론 디아즈 등 할리우드 호화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슈렉’은 7월중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
▲ 관련기사
칸영화제서 호평 줄이어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