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서 최종 감독판을 선보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왼쪽).
79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지옥의 묵시록’이 올해 제54회 칸영화제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11일 시사회를 가진 이 영화의 최종감독판(Apocalypse Now Redux)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62)이 1979년 제작때 시간제약 때문에 삭제했던 53분 분량을 복원해 3시간23분짜리로 늘려 편집한 것이다.
이번 최종감독판은 월남전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전쟁영화를 뛰어넘어 인간 내면에 감춰진 공포의 심연을 탐험하는 오디세이(Odyssey)적 면모도 탄탄해졌다는 반응이다.
코폴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최종감독판이 종전의 작품에 비해 더 섹시하고 로맨틱하면서도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새롭게 부활한 53분 분량 중 가장 긴 장면은 커츠 대령(마론 브란도)을 찾아 강을 따라가던 윌러드 대위(마틴 쉰) 일행이 숲속에 숨어 사는 프랑스인들을 만나는 부분. 프랑스의 베트남 식민 지배가 끝난 뒤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은 프랑스 사람들이다.
마치 유령처럼 안개속에서 등장하는 이들은 윌러드 일행에게 “당신들은 왜 베트남에 있는가”라며 베트남전의 무의미성과 제국주의적 성격을 반문한다.
커츠 대령이 포로가 된 윌러드에게 베트남전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보도된 타임지 기사를 읽어주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이 장면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커츠의 마지막 대사와 연결돼 전쟁기간 중 행해지는 수많은 정치적 위선을 폭로한다.
이밖에 종전 작품에서 위문공연을 마치고 사라졌던 플레이보이 모델들이 생존을 위해 병사들에게 몸을 파는 장면도 등장한다.
코폴라 감독은 “79년 영화촬영을 끝냈을 때 나는 재정적 파탄 상태에 놓였으며 영화관 상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상영시간을 2시간여로 줄여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영화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DVD가 등장하고 관객들이 상영시간에 대해 탄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감독판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칸영화제는 그에게 축하선물을 보내듯 ‘지옥의 묵시록’에 아역으로 잠깐 출연했던 그의 아들 로만 코폴라의 첫 장편영화 ‘CQ’를 올해 공식경쟁부문에 초청했다. ‘CQ’(너를 찾으란 뜻의 ‘Seek You’)는 68혁명을 전후해 진정한 영화작가의 길을 찾는 청년 감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코폴라 감독은 “갈수록 상업화하는 요즘 영화에 물들지 않고 진정한 예술가의 길을 택한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로 아들의 앞길을 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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